10년간 주택가격
연평균 3.5% 상승
시애틀·마이애미 유망
주택시장의 위기가 미국민들의 주택 소유에 대한 잘못된 사고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압률 증가로 최근 주택 소유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주택을 거주 수단이 아니라 단기 투자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미국민들 사이에 이같은 사고 방식이 팽배해 현재의 주택 시장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경제전문 웹사이트 블룸버그닷컴은 3일 이같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현재 주택 시장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주택 시장의 흐름을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소유율은 67.3%로 9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초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주어지는 세금감면혜택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율은 정부의 기대와 반대길을 걸었다.
하버드대 주택시장연구소의 니콜라스 레트시나스 교수는 “지난 10년간 주택 소유가 곧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단시일 내에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여겨지게 됐다”며 “주택을 주거 기능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회복되야 현재의 주택 시장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뼈있는 충고를 던졌다.
칼스테이트 샌디에고의 마크 골드만 교수도 비슷한 견해다. 골드만 교수는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 가격 상승기에 주택 담보 융자를 얻어 자녀 학자금, 휴가비 등으로 쓰거나 다른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며 “이들의 소비 행태를 지탱하려면 집값이 계속 올라야하는데 반대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소득 수준은 제자리인 반면 이자 부담이 늘고 재융자가 힘들어지면서 차압 사태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내년 기존주택의 중간가격이 0.8% 상승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연 평균 약 3.5%씩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경기 침체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첫해에 주택 가격이 약 6%씩 상승한 것에 비교하면 매우 더딘 회복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회복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책 모기지 은행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각각 내년도 주택 가격이 1.7%, 1.5%씩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만약 블룸버그의 예측대로라면 주택 가격 절정기인 2006년에 주택을 구입한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주택 가격 하락폭을 만회하려면 장기간을 버텨야 한다.
블룸버그닷컴이 사례로 소개한 커플의 경우 2006년 랜초쿠카몽가에 침실 4개자리 새 집을 55만9,000달러에 구입했다가 최근 시세가 36만달러대로 주저 앉아 약 36%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됐다.
블룸버그의 예상치인 연 3.5% 주택 가격 회복률을 적용하면 최초 구입 가격인 55만9,000달러를 회복하려면 10여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설명으로 최근 이와 비슷한 처지에 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닷컴은 향후 5년간 주택 가격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들로 시애틀, 샌호제,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마이애미 등을 꼽았다. 마이애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경제 여건이 양호한 지역들이다.
마이애미의 경우 주택 가격이 2006년대비 약 47% 하락한 수준인데 최근 달러 약세를 등에 없은 남미 자금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주택 공급 과잉 현상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샌디에고, 피닉스, 라스베가스, LA 등의 주택 가격 회복 속도도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준 최 객원기자>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차압사태 등 주택시장 위기가 주택의 거주 목적보다 단기 투자 목적을 중시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