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 혼자가 아니다

2009-10-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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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크리스천 고등학교에 ‘어웨이크닝’(awakening) 클래스가 있다.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영혼을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결국에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한 삶으로 성숙할 수 있는지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지난 주에는 청소년 자살방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블랙우드 여사가 강사로 나왔다. 그녀는 한때 이 학교의 학부형이었는데 작년 가을에 아들을 잃었다. 우등생 아들은 모든 스포츠에 능했고 요셉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었다. 그녀가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오자 학생들은 얼마 전만 해도 어깨를 부딪치며 함께 농구를 하고 과학실험을 했던 클래스메이트를 생각하며 그녀가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이 자리에까지 와 준 것에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부터 여러분과 나누려는 것은 나의 아들 알렉스에 관한 이야기도, 그를 떠나보낸 나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힘든 시간을 통해 우리 가족을 위로하고 힘주신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2008년 10월 어느 새벽, 사업차 타주에 나가있던 그녀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LA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까? 당신의 아들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습니다.” 그녀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좀 도와줘”라고 말했다. 급히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아직 살아있었으나 일주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틴에이저의 자살이 세 번째로 큰 사망 원인(대학생 가운데는 두 번째 원인)이다. 한해에 약 2,000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는데 이중에 남학생 비율이 여학생보다 서너 배나 많다. 남학생이 선택하는 방법이 더 폭력적인 까닭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알렉스의 실수는 생명을 내놓을 만큼 큰 것이었고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울증은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수치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신종독감에 걸렸다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딴 자살방지재단을 세워, 예방교육을 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고 있다.

자살위험을 높이는 요소는 가족 중에 정신병력이 있는 유전적 이유도 있지만 우울증이나 약물 남용, 관계의 상실, 학대 받았던 상처 등 많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 과정 중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전문상담가, 의사, 그리고 친구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그녀 역시 아들의 사고소식을 접했을 때 달려와 준 친구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알렉스의 3세 아래 여동생은 에세이로 그녀의 심정을 표현했다.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고통으로 숨이 막힐 듯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고통을 소망으로 바꾸셨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셨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울고 계셨기 때문이다.’

블랙우드 여사의 마지막 고백은 이렇게 이어졌다. “위험한 찻길에 이를수록 부모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건너려고 합니다. 그 손목을 뿌리치며 도망가는 것은 아이지요. 사탄에게 승리를 넘겨주지 맙시다. 우리의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해도,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보다 크십니다!”


김범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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