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Team World Vision

2009-10-21 (수)
크게 작게
지난 10월11일 시카고에서는 ‘제32회 시카고 국제 마라톤’이 열렸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해서 참가한 전문적인 마라톤 선수들과 일반인들이 뒤섞인 4만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그랜트 파크를 출발해 42.195킬로미터(26.22마일)를 돌아오는 코스를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구름떼 군중의 선두에는 순위와 기록을 위해 달리는 전문 마라토너들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그외 일반 참가자들은 끊임없는 미소를 짓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여유만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의 목표는 촌각을 다투는 기록에 있지 않고, 완주에 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한계에 대한 즐거운 도전이기 때문에 긴장 속의 경기라기보다는 일종의 축제에 더 가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 열리는 모든 마라톤대회마다 자선 프로그램이 연계되어 있으며, 그것이 일반 참가자들의 축제 기분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마라톤 대회마다 자신들이 세워 놓은 기준을 적용하여, 공식 자선기관 파트너들과 그 기관들의 특별 프로그램을 선정한 후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참가자들은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관과 관심 있는 자선 프로그램을 선택해 등록한 후 완주라는 어려운 목표를 내걸고 주변 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자신이 선택한 자선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번 제32회 시카고 마라톤은 7개의 자선 기관을 공식 자선 파트너로 선정, 홈페이지에 공지하였습니다. 미국 암협회의 ‘Charity Run’, 미 적십자의 ‘Run Red Team’ 등과 함께 제가 일하는 월드비전도 ‘Team World Vision’이라는 이름으로 선정되어 ‘아프리카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를 특별 자선 프로그램으로 지정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무려 1,200여명이 ‘Team World Vision’에 등록, 대회 최다팀이 되었고, 그들이 모은 후원금 총액은 무려 1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대회 당일에는 모두 똑같이 디자인의, 오렌지색 ‘Team World Vision’유니폼을 입고 달리며 오렌지 물결을 거리에 수놓는 진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이날 참가자 중 하이라이트는 팀 호엑스트라(Tim Hoekstra)라는 시카고 대리언 시의 커뮤니티 교회에 시무하는 목사님이었습니다. 이 분은 다른 사람들이 출발선에서 준비하기도 전인 이른 새벽, 출발선보다 정확하게 23.8마일 전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정규코스 포함, 50마일을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전부터 친지들에게 자신의 취지를 설명하여 무려 5만달러를 모아 보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결심을 한 동기입니다. 올해는 그 분이 50세가 되는 해입니다.

성경 해석으로, 50년은 희년이라고 불리우는 해로서, 모든 것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원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50세가 되는 올해부터 자기 인생이 온전히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번 마라톤에 담았다는 것입니다.

이날 1,200여명의 Team World Vision 건각들은 저마다의 동기를 갖고 달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천의 마음은 최소한 물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우물로 뭉쳐졌고, 그것은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흘렀습니다. 그것이 바로 ‘Team World Vision’의 의미인 것입니다.

아마도 올해 마라톤 대회는 시카고 마라톤을 끝으로 마감되는 것 같습니다. 오는 3월에는 LA에서 4월에는 보스톤에서 2010년도 대회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오렌지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순진한 아이들의 미소를 위해 달리는 우리 ‘Team World Vision-Korean’들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박준서 (월드비전 부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