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시설만 있는 자리에 창업할 때

2009-10-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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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새로 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일단 사업이 어려워져서 그것을 포기할 때 그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요즘 불경기의 영향으로 운영하던 가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곳은 계속 운영을 해오던 가게이기 때문에 주방시설, 인테리어 그리고 기구들이 모두 되어있는 상태에서 문을 닫게 된다. 그래서 식당을 포기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소자본으로 식당을 열려는 사업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럼 이렇게 시설이 되어있지만 사업이 어려움에 빠져있는 가게를 인수해서 창업을 할 때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우선 주방시설 특히 연기를 내보내는 후드와 하수를 정화하는 시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주 빈 공간에 창업하는 경우에서 알아보았듯이 이 두 가지 공사를 하는 데는 각 시정부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식당 경영에 대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면 이것은 빈 공간에 공사를 하고 창업을 하는 것보다 투자액을 절약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그 반면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점도 있다. 첫째로 LA한인타운을 보면 망한 가게를 인수해 새롭게 개업한 다른 가게도 좀처럼 성공을 못하고 연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올림픽가게에 있는 한 장소는 삼사 년 사이에 한식집에서 소주방, 낙지전문점, 그리고 다시 구이집으로 간판이 네 번 바뀌었다. 이렇게 한 장소에서 연속해서 여러 식당들이 성공을 못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그 장소에 무언가 약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너무 외진 곳에 있다던지 아니면 주차공간과 접근성이 어렵다던지 아니면 주변에 유동인구가 너무 적든지 등등, 사실 사업이 어려워진 데는 그 식당의 음식과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소적인 약점도 무시할 수 없는 실패요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투자액이 적게 든다고 시설이 되어있는 가게를 무조건 인수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우선적으로 왜 전 가게가 사업에 실패했는지 정확하게 분석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내가 개업을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리에 창업을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원인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라면 그 결정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

나도 빈 공간에 창업을 하는 것보다는 망한 가게를 인수해 가게를 창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렇게 가게를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 시간 내가 내린 결정 중에서 잘못된 것들은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무조건 된다는 경솔함 때문에 하지 말아야할 장소에 개업을 한 것이었다. 내 경우에도 앞 사장님이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설이 되어있는 가게에 창업을 하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게가 내가 하려는 음식에 적합한 장소인지를 살펴보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리고 전 주인의 실패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나에게도 힘든 문제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그 가게를 무리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하고 시설이 있는 장소에 창업을 했으면 한다.

# 이것이 핵심

1. 시설이 되어있는 가게를 인수해 창업하면 경제적이다.
2. 아무리 싸도 내가 하려는 음식과 장소가 궁합이 맞는지를 살펴야 한다.
3. 전 주인의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고려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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