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롱비치에 가면 캘리포니아 뿌리가 보인다

2009-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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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초 로스알라미토스

대부분의 사학자들은 롱비치 지역에 인간이 처음 정착한 시기를 서기 500년 전후로 보고 있다. ‘파부엉가’(Povuu’nga) 인디언들이 이곳에 처음 마을(village)을 세우고 거주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최초로 서양인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1,200년 후인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이다. 스페인 군인 매뉴엘 니에토가 1790년 스페인 정부로부터 30만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땅을 은퇴 퇴직금 목적으로 받은 다음부터인데 니에토가 이곳에서 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19세기 남가주는 목축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다. 이 거대한 땅은 1806년 그가 사망하면서 5명의 자녀들이 나눠가졌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랜초 로스알라미토스’(Rancho Los Alamitos)이다. 이곳은 목축업의 중심지로서 캘리포니아 남부가 지나온 과거의 모든 흔적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지켜온 중요한 사적지로 지금 남게 됐다. 그 넓었던 목장은 이제 고작 7.5에이커에 불과하지만 당시 화려했던 목장주의 삶과 무수한 사람들이 거쳐갔던 건물에서 긴 세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 주말나들이 장소로 그만인 랜초 로스알라미토스에서 19세기 캘리포니아로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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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의 중심인 랜치하우스.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집 같지만, 캘리포니아에 많이 남지 않은 오리지널 어도비 벽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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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치하우스의 북쪽으로는 19세기 미션 스타일 분수와 다양한 식물이 단정하게 꾸며져 있어, 숲속의 비밀 정원을 방문하는 느낌을 준다.



1700년대말 첫 정착 매뉴엘 니에토 후손
30만에이커 목장… 당시 생활상 한 눈에

주변 수많은 일반 주택들 사이에 조성되어 있는 랜초는 19세기 당시 대부분의 저택을 만들 때 사용되어 온 흙벽돌 어도비(adobe)가 주자제로 쓰인 건물이다. 건물과 정원을 깊은 생각 없이 그냥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랜초 로스알라미토스를 기억에 오래 남도록 관람하기 위해서는 이곳의역사를 일단 알고 방문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이곳의 오리지널 오너인 니에토가 세상을 떠난 뒤 랜초는 여러 주인을 거치게 된다. 니에토 후손이 이 땅을 1834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호세 피게로아에게 500달러에 양도한다. 피게로아는 이 땅을 다시 1842년 동부의 갑부 애이블 스턴에게 6,000달러를 받고 매각한다. 랜초가 지금의 모습을 비로소 갖춘 것은 지난 1844년 스턴이 이곳을 서부지역 최대의 방목장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랜초는 골드러시 시절에는 북가주로 가장 많은 쇠고기를 보급하는 목장으로 성장했는데 1862년부터 3년간 대가뭄이 오면서 풀들이 자라지 않고 먹이가 없자 소들이 기근으로 쓰러지면서 목장은 문을 닫게 된다.

목장은 1881년 남가주 캘리포니아 목축업의 전설적인 가족인 빅스비 패밀리(Bixby Family)에 인수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지금의 목장은 빅스비 패밀리가 19세기 말부터 이곳에서 거주하다가 마지막으로 1961년 롱비치시에 목장을 기부하기까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프래드 빅스비는 아버지와는 달리 목축업에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적자로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세기 초 이곳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그는 LA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갑부로 부상하게 된다.

목장 메인 건물에 들어서면 거실에 모네의 복사본 그림을 볼 수 있다. 진품은 빅스비 가족의 도네이션으로 현재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 전시되고 있는데 빅스비 패밀리는 모네의 그림을 소장할 만큼 막강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건 갑부의 당시 삶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실내 모든 가구와 장식은 빅스비 가족의 소유물로, 마치 주인들이 잠시 방을 비운 듯 실감나게 사소한 물품까지 보존되어 있다. 침실, 부엌과 식당, 서재, 그리고 뮤직 룸 등 19세기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히 박물관 입구에 있는 빅스비의 서재와 오피스에는 은행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워크인(walk-in) 금고도 있어 이들이 당시 얼마나 부자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침실·식당·서재 등 그대로 보존
14개 정원 1년 내내 꽃 피워
수~일 오픈 입장료·파킹 무료

▲가든

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의 보물은 헌팅턴 박물관 같이 엄청난 사이즈는 아니지만 자녀들과 함께 산책을 하기 좋은 가든이다.

이곳은 포플러의 일종인 미루나무가 많아서 ‘미루나무 목장’(Ranch of the Little Cottonwoods)이라는 뜻의 랜초 로스알라미토스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건물 안마당 격인 백 패티오(back patio)를 포함해 모두 14개의 크고 작은 가든이 모여 있다.

프래드 빅스비의 부인 플로랜스 빅스비가 여러 디자이너를 초빙해 만들어진 가든은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스타일의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가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든들은 메인 빌딩을 말굽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가장 사이즈가 큰 앞마당(front lawn)에는 호주에서 들어 온 두개의 장대한 무화과 계통의 베이피그 트리가 있다. 수잔 빅스비가 1880년대에 심은 것. 엄청난 크기의 뿌리와 두꺼운 줄기가 120여년의 세월을 말해 주는데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초여름이면 싱그러운 향기를 자랑하는 장미와 올리브 정원, 각종 향신료를 채취할 수 있는 허브 정원, 희귀한 모습의 선인장들을 관찰할 수 있는 카투스 정원 등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랜초에는 헛간과 마부간도 있는데 이곳을 거쳐간 동물들의 흔적과 농기구를 모아놓았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 공사 중이기 때문에 관람이 당분간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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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있는 초대형 무화과 계통의 베이피그 트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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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모든 가구와 장식은 빅스비 가족의 소유물로, 마치 주인들이 잠시 방을 비운 듯 실감나게 사소한 물품까지 보존되어 있다.

◆랜초 로스알라미토스 방문 정보

*개장시간: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시에 문을 열어 5시까지 오픈한다.

*입장료 및 파킹: 입장료와 파킹은 무료이다. 랜초는 게이트 커뮤니티 안에 있기 때문에 수위 사무실에서 랜초에 간다고 밝히고 무료 파킹패스를 받아야 한다. 랜초 외에 다른 지역의 진입 및 파킹은 금지되어 있다.

*투어정보: 오후 1시부터 30분마다 한 번씩 투어가 실시된다. 투어는 무료이며 투어에 참여하지 않으면 건물 앞을 관람할 수 없다. 마지막 투어는 오후 4시다.

*복장: 가볍고 편한 복장이 좋다. 랜치 하우스 바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하이힐은 신으면 안 된다.

*주소 및 문의: Rancho Los Alamitos Historic Ranch and Gardens-6400 Bixby Hill Rd. Long Beach, CA 90815, (562)431-3541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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