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나를 울린 영화 ‘블랙’

2009-10-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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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추천으로 ‘블랙’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안부 이메일을 보내시는 분들이 끝자락에 “승욱 엄마, 블랙이란 영화를 봤나요?” 이렇게 물어보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블랙’이란 영화를 찾게 되었다. 8세 시청각 장애아동 미셸과 사하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인도에서 2005년에 만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지난 8월에 개봉을 했나 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당연히 승욱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스쳐 가는 오래 전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하고, 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새겨지기까지 했다. 인지능력이 전혀 없는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처절한 몸부림, 오랫동안 자기 맘대로 자란 아이들 교육시키기까지 고민과 좌절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다. 사하이 선생님이 미셸에게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단어는 ‘불가능’이다. 그리고 알파벳의 처음 시작하는 단어가 ABCD가 아니
고 ‘B.L.A.C.K’이라는 단어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의 마음. 난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사방에 어두움에 갇혀 있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단어가 ‘BLACK’이였던 거다.

미셸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화를 시작하게 되고, 결국은 대학을 가게 되고 수도 없이 낙제를 거듭하는 중에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미셸의 곁을 떠난 후 결국 미셸이 혼자서 대학을 졸업하고 모든 기억을 잃은 선생님을 찾아가 처음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던 언어를 수화로 하나씩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과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이는 것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지만 스토리에서 군데군데 나오는 대사들이 압권인 영화였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시각장애인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하나님을 볼 수 없으니까요’ ‘실패를 통해 배우게 하세요.(선생님이 엄마에게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말리며)’ ‘깨달음은 번개처럼 옵니다. 양초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일단 불이 붙으면 온 집안을 빛으로 채우게 되죠’ ‘꿈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왜냐면 저에게 눈은 없지만 꿈이 있으니까요’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을 먹먹함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과연 나도 승욱이에게 그런 엄마가 아니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눈으로 볼 수 없는 소망을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승욱이가 되길, 번개처럼 올 그 깨달음이 승욱이에게 빨리 오길 오늘도 난 기도한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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