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을 심고 떠난 ‘영원한 청년’

2009-10-01 (목)
크게 작게

▶ 고 김준곤 목사 추모사 - 박성근 LA한인침례교회 목사

민족의 밤을 이끌던 또 하나의 큰 별이 졌습니다.

황폐한 조국 땅에 생명의 씨를 뿌리고,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을 꿈꾸셨던 목사님, 당신은 그 오랜 세월을 수줍은 순같이, 나룻배같이 달려 오셨습니다.

주님을 처음 만만 날 ‘다르게는 살 수 없는 내 운명’이라고 하셨던가요? 일편단심 예수 이름 하나에 전 생애를 걸고 그 험악한 민족사의 준령을 넘어오셨습니다.


8.15, 6.25의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25시’의 주인공처럼 기적을 일군 목사님은 분명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1958년 그 어둡고 혼란했던 시기에, 목사님은 감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캠퍼스 복음화의 꿈을 잉태하셨습니다. 흔들 깃발이 없다고 울먹이던 젊은이들에게 민족복음화와 세계 복음화의 환상을 보게 하셨던 당신은 분명 우리 민족의 에스겔이요, 외로운 선구자였습니다.

일찍이 그 누가 예수 혁명을 말했던가요? 정치 혁명, 공산 혁명은 있어도 정신을 개조하고 의식을 바꾸는 예수 혁명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한국 지성의 이정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창백한 이성주의와 니힐리즘의 망령에 빠져 방황하던 젊은 엘리트들에게 절대가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의 가난 속에, 설움 속에, 고통 속에 예수님이 들어오시기만 하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족이 될 것이라는.

1971년 8월 그 무덥던 한여름 밤의 충무체육관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그 날 처음으로 주님 사랑을 알았습니다. 피를 토하듯 외치는 목사님의 말씀 앞에 영원한 첫 사랑, 내 평생의 절대 단수인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얼마나 감격하고 울었던지요. 밤새 통곡했던 그 밤이 제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음을 아시는지요? 목사님은 저의 스승이요, 나침반이며, 영원한 도움이셨습니다. 이러한 고백을 드릴 자가 저 한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목사님은 가셨지만, 남겨 놓으신 비전은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을 통해 이루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강이 흐르고, 온 세상 구석구석에 복음의 꽃이 만발하는 그 날까지 예수 혁명은 계속 될 것입니다.

목사님, 편히 쉬십시오. 순애보처럼 간직해 왔던 첫사랑의 고백을 주님과 나누시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그날 그 곳에서 해같이 빛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