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넬 이전의 코코’(Coco before Chanel)

2009-09-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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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만점)
‘패션 혁명’을 가져온 여인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 전기물

여성 패션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면서 의상을 통해 자기를 비롯한 여성들을 구태의연한 갇힌 상태에서 해방시킨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에 관한 전기 영화다.


고아원에서 자라 파리 패션계의 1인자가 된 샤넬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샤넬이 자신의 디자이너로서의 재주를 막 꽃 피우기 시작할 때인 20대 후반에 초점을 맞춰 묘사했는데 영화가 보기에는 화려하나 드라마로선 미숙한 지경이고 감정적으로도 마찬가지. 극적 감정적 강렬성이 모자라 화려하나 먹을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잔칫상을 대한 기분이다.

그러나 특히 여성 팬들에게는 어필할 영화로 세트 디자인과 의상과 촬영 그리고 샤넬 역의 오드리 토투의 좋은 연기 등으로 해서 볼만은 하다. 감독은 배우 출신의 여류 안 퐁텐으로 그가 자매인 카미유와 함께 각본을 썼다.

영화는 처음에 어머니를 잃은 어린 샤넬이 아버지에 의해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맡겨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샤넬은 엄격한 수도원의 환경과 검소한 수녀 복장에서 깊은 영향을 받아 후에 의상을 디자인 할 때 이를 이용했다고 하는데 그의 디자인의 특징인 단순함과 세련미가 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 장면은 10여년 후로 전이된다. 샤넬은 낮에는 재봉사 일을 하면서 밤에는 동네 술집에서 동생 아드리엔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코코는 이 때 부르던 노래의 제목이다) 여기서 난봉꾼백만장자 에티엔 발상(베놔 폴보르드)을 만나 그의 집에 들어앉는다. 그리고 샤넬은 에티엔의 정부이자 친구요 스타일 조언자 노릇을 한다.

샤넬은 에티엔을 통해 많은 귀부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한결같이 레이스 등 과다한 장식으로 치장한 의상에 모자를 쓰고 몸을 코르셋으로 옥죄다시피 한 것을 보고 자기 자신의 의상 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에티엔의 옷감으로 당시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과감하게 단순한 옷을 디자인하는데 입기에도 또 보기에도 편한 옷들이었다.

샤넬은 이어 모자를 디자인하는데 의상이나 모자가 모두 맵시가 있고 또 지적이어서 결국 이것들을 통해 19세기 의상에 혁명을 가져오면서 아울러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샤넬과 영국의 젊은 산업가(알레산드로 니볼로)와의 못 이룰 정열적인 사랑으로 진행되면서 삼각관계를 엮는데 신파극 같다. 영화는 그런대로 샤넬의 근면한 직업의식과 예술적이요 미적 통찰력을 지닌 감각을 잘 표현했는데 마지막은 파리에서 열리는 샤넬의 의상 쇼로 장식된다. 토투가 고집 센 샤넬의 개성을 지적이요 재치 있게 보여준다.

Sony Pictures Classics. PG-13. 25일부터 아크라이트(323-464-4226), 로열(310-477-5581). 10월2일부터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웨스트팍 8(800-fandango #144)

HSPACE=5
패션쇼장의 샤넬(오드리 토투). 그가 입은 옷이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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