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흥미진진 ‘병정놀이’ 싸우면서 배운다

2009-09-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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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바이벌 게임 - 페인트볼

우리는 지금 총을 들고 적진 속으로 간다.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햇볕이 내리 쬐는 수풀 사이로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갑자기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는 총소리와 함께 공격을 명령하고 구원을 요청하는 고함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적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됐다. 밀고 밀리는 접전이 계속된다. 군복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고 숲 속을 짐승 같이 누비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간다. 그러나 곧이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하고 쏘는 사람도, 쓰러지는 사람도 모두 즐거워한다. 전쟁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고 최근 수십년 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페인트 볼’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서바이벌 게임 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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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은 실제와 유사한 모의전투를 통해 극한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첨단 레포츠이다.


서바이벌 게임은 지난 50년대 퇴역군인들이 어른들의 ‘병정놀이’로 모여 즐기던 워게임(War Game)에서 비롯됐다. 처음엔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총, 탱크 등이 동원됐는데 현재와 같은 서바이벌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실제 총과 같은 기능의 에어 건(Air Gun)이 나오면서부터이다.


에어 건의 유래는 1970년대 말에 농부들이 소의 머리 수룰 세기 위해 소의 궁둥이에 물감 총을 쏘아 표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물감 총이 서바이벌 게임에 도입되면서 게임의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총도 처음에는 한 발씩 수동으로 쏘다가 반자동, 자동연발로 1초에 여러 발을 쏠 수 있게 개발됐다고 한다.

서바이벌 게임은 실제와 유사한 모의전투를 통해 극한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전투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조직화된 전술 및 동료와의 단합심이 요구되는 첨단 레저 스포츠이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서바이벌 게임은 참가자 모두가 하나가 되고 뭉쳐야 생존할 수 있다는 단체의 중요성과 협동심을 심어준다. 인내력과 극기 훈련에 더없이 좋은 레포츠로 각 기업체 및 단체에서 연수 또는 단합대회 형식으로도 실시해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인공적인 도시환경에 젖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의 조화를 만끽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매우 흥미 있는 레포츠이다.

서바이벌 게임은 상대편을 모두 전사시키는 팀이 승리 전멸전, 상대팀의 진영으로 쳐들어가서 깃발을 탈취해 오는 팀이 승리하는 깃발전, 고지를 사수하거나 점령한 팀이 승리하는 고지 점령전, 되살아나 돌아다니는 시체라는 뜻의 좀비(zombie)를 응용한 게임방식 좀비전. 총에 맞은 상대팀원들을 아군 포로수용소에 넣어두고 서로 포로를 구출하거나 교환하는 포로 구출전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게임 방식은 전멸전이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국적, 나이, 성별, 계급이 통용되지 않는 새로운 가상세계가 펼쳐진다. 여성도 게임 중 팀의 사령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탄을 시인하고 필드를 빠져 나오는 ‘자진신고’. BB탄은 페인트볼과 달리 맞아도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남가주 서바이벌클럽 협회의 멤머인 제임스 레이미는 “서바이벌 게임은 과격하면서도 가장 신사적인 스포츠라 할 수 있다”면서 “민첩성과 상황 판단력 발달에 도움이 돼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레포츠”라고 말한다.

인터넷(www.socalpaintballing.com)에 접속하면 남가주 유명 서바이벌 게임 사이트를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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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배틀 필드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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