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인 2백명 학살 힌두교도 초청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9-09-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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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온교회 격년 시상 ‘제3회 원수사랑상’ 받은 사띠아 란잔 마지 목사

인도 중부지역서 교회 65곳 개척·7천명 전도 성과
성장 질시한 과격파들 교인 집 태우고 목회자 살해
“원수를 사랑하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하셨기 때문”
순교한 조부-아버지도 “범인 처벌말라” 모범 보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말씀하셨던 일곱 마디 중 첫 번째가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였습니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예수님을 본받아 사는 것’입니다. 제가 적들을 사랑하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웨스트코비나 소재 유니온교회(담임목사 이정근)가 2년마다 시상하는 ‘제3회 원수사랑상’ 수상자로 결정돼 27일 예배에서 1만달러의 상금을 받게 된 사띠아 란잔 마지(59) 목사.

2001년 인도 동부 오릿사 주에서 전인개발 복음협회(ESFPWD)를 창설, 65개 교회, 7,000여 교인 규모로 성장시킨 그는 지난해 8월~올 3월 ‘신분제도’(caste)를 부정하는 기독교의 성장을 질시하는 과격 힌두교도에 의해 200여명의 기독교인이 학살당하고 수많은 집이 불타는가 하면 목회자들에게 살해 협박이 가해졌음에도 불구, 오히려 그들을 사랑으로 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인도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기독교는 3%)들이 목사들을 처단하겠다고 공언해 무려 4개월간을 숨어 지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제가 숨었던 곳은 ‘힌두교인 친구’ 집이었습니다. 사회복지와 관련해 제가 도움을 주었던 가정이지요. 당시 피신했던 것은 죽음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아 다른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사태가 좀 진정되자 주지사를 만나 피해 가정을 지원하고 군인들이 기독교인 가정을 지키도록 하는 결정을 끌어냈다. 그 후엔 “당신들을 사랑한다”며 힌두교 지도자들을 초청, 화합의 자리를 만들어 그들로부터 “부끄럽다. 다시는 기독교인들을 죽이지 않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3대째 목회를 하는 그의 감동적인 ‘원수 사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됐다. 캐나다 선교사에게서 복음을 듣고 회심해 목사가 된 조부 ‘바랏 마지’는 1938년 기독교 불모지에 ‘라야가다 침례교회’를 세운 뒤 갖은 핍박을 무릅쓰고 기독교를 전파하다 1941년 힌두교도의 화살에 맞아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당시 마을 전체가 파괴됐음에도 기독교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금식하며 믿음을 지켰고 새 목사를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아버지 없이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던 ‘조셉 마지’(사띠아 란잔 마지 목사의 부친)가 1942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의 리더십 아래 교회는 급성장했고 새 교회를 추가로 개척했다. 하지만 그같은 부흥을 용납할 수 없었던 힌두교도들은 다시 조셉 마지를 죽일 계교를 꾸몄고 마침내 1956년 불량배를 시켜 기도회 인도 후 귀가하던 그를 목을 조른 후 길섶에 던져 버리도록 한다. 하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조셉 마지는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감동적인 것은 병원으로 찾아온 경관에게 그가 가해자를 밝히기를 거부하며 숨지기 얼마 전 했다는 말. “예수님이 자신을 죽인 사람들을 용서햐셨던 것처럼 나도 그들을 용서합니다. 그들을 처벌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경관은 나중에 크리스천이 되었다고 한다.

순교자의 피를 이어 받은 사띠아 란잔 마지 목사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원수사랑상’은 조부와 부친이 받아야 할 표창이다. 상금의 절반은 교회 건축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인과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그 중 막내는 일주일 만에 사이클론에 부모를 여읜 젖먹이를 입양해 자녀로 삼았다.

4년 전부터 ‘원수사랑상’을 수여해 온 유니온교회 이정근 담임목사는 “진정한 기독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난 속에서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 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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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위협을 가한 힌두교도들을 용서하고 ‘화합의 자리’까지 만들어 27일 유니온교회의 ‘원수사랑상’을 받게 된 인도의 사띠아 란잔 마지 목사가 힌두교도들에 의해 불탄 기독교인의 집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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