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고자!’ (The Informant!)

2009-09-18 (금)
크게 작게

▶ “뭐, 회사에 스파이가 있다고?”

★★★½(5개 만점)


FBI에 비리 고발한 실화 바탕
얄궂고 과격하고 진지한 코미디


여러 편의 영화에서 함께 일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맷 데이몬이 다시 콤비로 만든 얄궂고 과격하고 또 매우 진지한 코미디 드라마다. 자기 회사의 비리를 FBI에 고발한 고급 간부의 실화인데 내용이 거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희한하고 사연이 많다.

너무 똑똑해 오히려 멍청하다는 말처럼 주인공은 비상한 머리를 지닌 사기꾼인데 그가 벌이는 희대의 사기극이 너무나 교묘하고 기발 나 보는 사람은 물론이요 사기극의 장본인마저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를 모를 정도다. 영화는 또 탐욕에 관한 풍자이기도 하다.

배배 꼬인 플롯이 다소 지나치게 복잡하지만 장난치듯이 가볍고 경쾌한 작품으로 체중을 30파운드나 늘리고 가발에 콧수염과 샌님이 쓰는 것과 같은 안경을 낀 데이몬이 똑똑한 바보이자 과대망상가의 연기를 아주 잘한다. 복고풍의 음악(마빈 햄리쉬)과 촬영(소더버그)도 좋은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다.

아내 진저와 둘이 행복하게 사는 마크 위타커(데이몬)는 일리노이 데카터의 농산물회사 ADM의 생화학 담당 간부. 그는 회사의 주산품인 옥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식품의 첨가제 제조 담당자인데 그가 어느 날 사장에게 사내에 경쟁회사인 일본회사에 사내 정보를 제공하는 스파이가 있다고 보고하면서 회사에 비상이 걸린다.

회사 최고 경영진은 이런 사실을 FBI에 보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되고 수사 요원 브라이언(스캇 배큘라)은 우선 마크의 전화를 도청하기 시작한다. 이어 마크는 아내의 종용에 따라 브라이언에게 자기 회사가 일본과 한국의 경쟁회사들과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고 고발하면서 마크는 FBI의 밀고자로 활동하게 된다. 마크는 자기를 0014(007보다 두 배 똑똑하니까)라고 으스대면서 마치 아이들이 스파이 노릇을 즐기듯이 몸에 도청장치까지 달고 회사 간부들의 국제회의에 함께 참석해 그들의 비리를 모아 담는다. 그 결과 회사의 비리가 폭로되고 고급 간부들이 영창엘 간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얘기는 영화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얘기는 마크가 왜 회사의 비리를 고발했으며 또 과연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순진하고 착한 사람인 것 같은 마크라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과연 타지도 않는 유럽제 스포츠카를 여러 대 갖고 있는 마크가 진짜로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마크는 자기 정당화의 달인으로 ‘정의를 위해’ 회사 비리를 폭로해 간부들이 몽땅 영창엘 가면 자기가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확신에 열심히 밀고자 노릇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가 한 말을 계속해 정정하는 바람에 수사팀의 속을 무척이나 썩인다. 마크는 천하의 사기꾼이자 거짓말쟁이인데 하도 자주 자기의 말을 번복하는 바람에 자기도 자기 말을 믿지 못할 정도. 일어나는 일이 많고 또 그것들이 요리 조리로 꼬여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나 끝에 가서 잘 정리된다.

영화는 마크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자기 생각과 화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설명하면서 마크의 내심과 지능과 유머 감각과 망상 등을 알게 되는데 그가 현실감각이라곤 도저히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엔 참 별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혀를 차게 된다. R. WB. 전지역.

HSPACE=5
마크(맷 데이몬)가 화장실에 앉아 비밀 사항을 녹음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