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위생검열 받는 자세

2009-09-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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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검열은 나를 돕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불시에 받는 위생검열이다. 다른 주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LA 지역은 검열을 한 뒤 그 점수를 합산해 A, B, C로 등급을 매긴 뒤 가게 앞에 붙여놓는 것이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A를 받지 못하면 손님들에게 깨끗한 가게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지 못해서 매상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세 가게에서 비슷한 시기에 위생검열을 받았다. 나름대로 많이 준비를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한 가게에서는 결국 B를 받았다. B를 준 검열관은 새로 그 지역을 맡았는데 그 한 달 동안 그 지역의 가게 세 군데의 영업을 정지시켰고 한 가게도 A를 주지 않은 까다롭기로 평판이 난 사람이었다. 역시 그 검열관은 참 철저하고 까다로웠다. 지금까지 지적당해 본적이 없는 것들에서 많은 점수가 깎였다. 나는 처음에는 약간의 반발심과 이것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경험으로 인해 검열하는 그 순간 검열관에게 항의를 하는 것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검열이 끝나고 지적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들을 때 나는 우선 열심히 듣고 그것들을 잘 시정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마음속에서는 불편한 심기가 많았지만 끝까지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에는 더 잘 하겠다는 말을 하고 그 검열관을 보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검열을 마치고 나는 지적 사항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검열을 받을 때는 참 너무 한다고 느꼈던 것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 지적 사항대로 하려면 기존의 방법들을 많이 고쳐야 하고 여러 가지로 일하는데 귀찮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이 아닌 위생과 청결만을 생각한다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위생검열이 나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닌 내 사업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지만 그 검열을 통해서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었고 가게를 더 청결하고 깨끗하게 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님들에게 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예전에 한 검열관은 다른 식당 주인들은 변명과 항의만 하는데 너는 그 보다는 더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참 좋다고 나에게 이야기 해준 적이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검열관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그렇게 되면 점수도 깎이고 다음에 잘 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우선 검열 시에는 검열관의 말을 잘 듣고 질문사항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들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검열이 끝난 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적 사항을 해결할 때도 나를 귀찮게 하는 일을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게의 청결을 위해 내가 모르던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라. 내 경험으로도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서 위생검열을 통해서 가게의 청결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검열관이 불시에 오면 긴장이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식당을 청결하게 하고 음식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다루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절대 위생검열을 힘들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 말고 가게의 청결과 위생 상태를 발전시키는 기회라고 발상을 전환해라. 가게는 더 깨끗해 질 것이고 위생검열이 더 이상 무서운 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 이것이 핵심

1. 위생검열 시 검열관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지혜로운 행동이 아니다.
2. 위생검열을 통해 위생과 청결에 대해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해라.
3. 위생검열이 청결한 가게로 발전시키는 기회라고 발상을 전환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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