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외무부 “최후의 결과 경계해야” 日에 경고…美대사 “中의 악습” 비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양국의 동맹국과 우군들이 잇달아 입장을 밝혀 '편들기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일본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보복 조치를 당한 일본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파장이 국제사회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침략 전쟁은 아시아와 세계에 극심한 재난을 초래했으며 일본에도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은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잘못된 발언과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최후의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비판하는 중국 측 주장에 가세하는 공개 발언을 했다.
지난 1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 북한 대표 측은 "국제사회는 일본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악질적 반인류 범죄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본은 자국의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고 배상을 완고하게 거부하며 심지어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유엔총회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며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선 날 나온 것이다.
북한 대표 측 발언은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명의로 작성됐다.
반면 미국 대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방침을 비판했고 대만 지도자는 일본산 재료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중국을 자극했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20일 도쿄 외무성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면담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 조치와 관련해 "중국의 전형적 경제 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 어업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글라스 대사는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위압적 수단에 호소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끊어내기 어려운 악습 같다"며 "동맹국인 일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일본산 수산물로 만든 초밥 사진과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에서 "지금은 일본 요리를 먹기 좋은 때"라며 말문을 연 그는 대만산 오징어와 일본 홋카이도산 가리비 등의 식재료가 들어간 초밥을 가리키며 "대만과 일본의 굳건한 우의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홋카이도산 가리비는 2023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로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했다가 2년여 만인 이달 초 재개하자 처음으로 출하됐던 품목이다.
지난달 집권한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혀 중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 측의 강력한 비난과 일본 내부 비판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해당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으며 일본 수입 영화 개봉을 연기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 한 현 사태의 즉각적인 출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 있는 로르샤흐 어드바이저리의 조지프 크라프트 금융·정치 분석가는 로이터에 "발언 철회는 정치적 자살이 될 것이므로 아마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수준까지 사안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