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고 하는 차압’ 피해 적다

2009-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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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택 압류 가주서만 40만 가구
절차·소요기간 등
전문가와 상의하면 피해 최소화 가능


주택가격 하락에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 힘들게 장만한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기 직전이 이웃이 늘어나고 있다. 숏세일과 주택 압류로 인해 망가진 크레딧 때문에 렌트마저 쉽지 않다. 친지들의 도움으로 살 곳을 마련해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대부분 주택가격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에 집을 샀거나 변동 이자율이 주를 이루는 서브 프라임의 피해자들이다.

오션사이드에 거주하는 로리 디바코와 빌 디바코 부부는 최근 숏세일로 정든 집을 처분했다. 94년 61만달러에 집을 구입한 부부는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딸을 입양하고 로리가 몸을 다쳐 직장을 그만 두면서 재정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딸의 교육비까지 늘어나 변동 이자율로 2차 융자를 쓴 것이 화근이 되었다. 월 1,400달러였던 부부의 모기지 페이먼트는 졸지에 월 4,400달러로 껑충 뛰었다.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는 달수가 늘어나던 중 결국 지난달 숏세일을 통해 집을 55만달러에 처분해야만 했다.

빚더미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하던 부부는 숏세일을 하면서 망가진 크레딧 때문에 렌트할 집을 찾지 못해 전전하다가 빌의 어머니 집을 빌려 살기로 했다. 로리는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였다”며 “불어나는 페이먼트 부담에 남편과 이혼을 여러 차례 생각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칼스배드에 거주하는 론 내쉬도 변동모기지 금리로 주택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헤드헌터인 론은 9년 전 84만달러를 지불하고 게이트 단지 내의 비교적 고급주택을 구입했다. 페이먼트 부담을 낮추려고 변동 이자율을 선택한 데다 2차 융자를 여러 번 이용하는 바람에 월페이먼트가 집을 압류당하기 직전 5,400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업률 증가로 헤드헌팅 의뢰가 줄어들면서 페이먼트 부담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8개월 동안 페이먼트를 연체한 끝에 최근 집을 압류 당했다. 인근에 가까스로 렌트할 집을 구한 론은 정든 집을 잃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고 한다.

시카고 교외의 스테파니, 리치 톰슨 부부 역시 정든 집을 은행에 비워주고 타주로 이사했다. 미용사로 그런대로 수입을 유지하던 리치가 신경질환을 앓게 되면서 부부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하루아침에 수입이 끊긴데다가 변동 이자율로 인해 페이먼트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

결국 부부는 주택 소유주들의 압류 절차를 돕는 웹사이트 ‘www. youwalkaway.com’의 도움을 받아 10개월간 페이먼트를 연체하며 압류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렵사리 돈을 모아 오하이오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지만 부부는 낮은 크레딧 점수 때문에 렌트 신청서를 낼 때마다 번번이 거절을 당해야만 했다.

결국 스테파니의 어머니가 집을 구입해 부부에게 렌트하는 형식으로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스테파니는 “감당하지 못할 금액의 집을 샀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며 “힘들었지만 좋은 교훈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 프라임 사태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가주에서만 올 상반기 주택 압류 건수가 40만가구를 육박하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소득이 늘지 않는 한 주택압류 사태는 당분간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차압을 선택하더라도 ‘무조건식 차압’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차압절차, 소요기간, 차압 후 계획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의한 후 절차를 밟아야 차압에 따르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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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압을 결정하기 전 전문가와 잘 상의한 후 차압 절차를 밟아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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