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그래서’ 가 아니라 ‘그래도’ 입니다

2009-09-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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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부모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아이가 얼마만큼 좋아질까요? 얼마만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언제쯤 말을 하고, 언제쯤 글을 읽고, 언제쯤 혼자서 뭐든 할 수 있을까요?” ‘아 내가 그걸 알면 승욱이 엄마 안 하지요. 저희 아이에 대해서도 다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장애아동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전문가도 예언가도 아닌데요.’

그러면 난 언제나 이런 대답을 해준다. “믿으세요. 믿는 만큼 아이는 자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에 대해 공부하세요.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아이마다 잘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주변에 장애자녀를 성공적으로 참 잘 키운 가정이 많다. 그런데 성공한(기준은 다 다르지만) 장애인의 특징이 부모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장애 비장애를 나누지 않고 공평하게 키웠다든지, 장애자녀의 특성을 살려줬다든지, 개방적으로 키웠다든지 등 뭔가 사연을 들어보면 장애자녀에게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애가 있다고 일찍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키우고 정성을 쏟아서 키운 자녀가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훨씬 독립적으로 잘 성장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비장애인 자녀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장애자녀가 있는 부모님은 더 부지런하고, 더 바빠야 한다. 장애자녀가 학습할 수 있는 시기에 최상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함께 공부해야 한다. 장애자녀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그래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부모이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장애가 있어 부끄럽다고 그래서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자녀가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장애자녀가 뭐든 혼자 할 수 없어 남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때론 미안하다. 그래서 부모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키워야 한다. 이 세상은 누구도 독불장군처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을 때가 있으면 언젠가 도움을 줄 때가 반드시 온다. 때론 장애자녀 때문에 가고 싶은 곳, 쉬고 싶은 때, 하고 싶은 일 다 못하고 산다. 그래서 힘이 든다. 그래도 장애자녀를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장애자녀 역시도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믿고 맡기신 귀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장애자녀를 안고 힘들어 지치고 고민하고 좌절하는 모든 부모님들 화이팅 하세요. ‘그래서’가 아니라 ‘그래도’입니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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