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얼굴이 간판이다

2009-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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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와우벤토 5호점을 개업했다. 그 가게는 올해 초 가게의 인수를 무난히 마치고 두세 달 예정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공사는 계속 지연되었다. 그리고 4월 초에 열려고 했던 가게는 4개월이나 늦어진 후에나 모든 것을 마칠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기존에 내가 하는 일을 하면서 공사장을 찾아 매일 건축업자와 신경전을 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내 신경은 갈수록 날카로워졌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경제적인 손해는 내 속을 바짝바짝 타들어가게 했다.

하루는 공사장에서 건축업자에게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가게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내 눈치를 보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사장님 그렇게 심각하고 화난 얼굴은 처음 봐요. 딴 사람 같아요” 라고 말했다. 나는 새로 하는 가게 때문에 그렇다고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단골손님이 나에게 표정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면서 좀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충고를 해주었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많이 변했고 그런 내 모습이 절대 가게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솔직하게 그전까지 나는 늘 웃으려고 노력했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쳐오자 그런 내 좋은 장점을 잃고 우울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다음날 우선 머리를 깔끔하게 깎고 거울을 보고 활기차게 웃어보았다. 그리고 가게를 들어가기 전 내 스스로 가게에서 일을 할 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나는 다시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큰 소리로 우리가게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소리치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웃음과 친절로 대했다. 또한 더운 데서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작은 유머로 잠시나마 웃을 수 있게 노력했다. 그러자 사장인 나 하나가 변했는데 가게 분위기는 다시 예전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이 되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가게에서 웃고 활기차게 일한다고 꼬여있는 공사장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염려와 걱정 때문에 내가 인상을 쓰고 손님과 종업원을 대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손님들은 축 처진 내 얼굴에 실망을 했고 종업원들도 내 눈치를 살피느라 일에 집중을 못해 여러 가지로 손해만 생겼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사장인 내 얼굴이 가게의 간판이라는 생각을 했다. 밝고 웃는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장 밑에 있는 종업원들은 자연히 사장을 닮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가게는 자연히 활력이 넘치며 가게에 오는 손님은 기분 좋게 식사를 하게 된다. 반면 어두운 표정으로 일하는 사장과 종업원이 있는 가게에 가서 음식을 먹는 손님은 아무리 그 가게 음식이 맛있어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나갈 돈은 많은데 장사는 안 되고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근심,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또한 그런 염려를 얼굴에 가득 담고 일을 하면 더욱 가게는 어려워질것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일을 하는 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유지하자.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가 되는 첫걸음이다.


# 이것이 핵심

1. 염려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도리어 표정만 어두워진다.
2. 힘들고 어려워도 손님 앞에서는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일해라.
3. 주인의 표정이 가게의 간판이다. 일을 할 때는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을 유지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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