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2006년 여름을 거치면서 급하게 꺼지고 있다. 벌써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주택가격은 아직 바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급해진 셀러들은 바이어의 클로징을 비용을 대주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집을 팔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러나 셀러들이 집을 빨리 팔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집값을 내리는 것.
부동산 매물 검색엔진 ‘트룰리아 닷컴’(Trulia.com)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뉴욕주 맨해턴 지역의 리스팅 가격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룰리아 닷컴은 2008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50곳 대도시의 리스팅 가격의 총액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가주에서는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이 리스팅 총액이 많이 빠진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1. 맨해턴
맨해턴 지역의 리스팅 총액은 조사기간에 무려 약 10억달러나 하락했다. 이 지역의 리스팅 가격이 이처럼 급격하게 추락한 것은 지난해 9월 있었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모든 부동산 거래가 일시적으로 얼어붙고 이에 패닉상태에 빠진 셀러들이 경쟁적으로 리스팅 가격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여파로 고급 리스팅들의 가격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 500만달러를 웃도는 매물들의 가격하락이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체 홀스테드 프라퍼티의 노아 로젠블래트 부사장은 “올해 초 주식시장이 폭락장을 보일 때 맨해턴 지역의 집값은 ‘아마겟돈’ 가격”이었다면 “리먼 사태 이전에 비해 약 35~40%씩 가격이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맨해턴 지역의 리스팅 총액은 지난 1년간 무려 10억달러나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 마이애미
마이애미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상승세 만큼이나 가파랐다. 이 지역 리스팅 총액은 1년간 무려 2억5,700만달러나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수년간 개발업자들이 고급 콘도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섰는데 이는 결국 주택공급 과잉을 초래해 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렸다는 지적이다. 또 느슨한 융자 심사로 실수요자보다는 부동산 투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도 급격한 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마이애미 지역의 리스팅 총액은 지난 1년간 약 2억5,700만달러가 하락했다.
3. 로스앤젤레스
LA 지역 역시 부동산 경기 하락의 ‘쓰나미’를 피하지 못했다. 조사에 따르면 LA지역은 약 2억3,600만달러에 달하는 리스팅 총액이 1년 새 사라졌다.
이 지역은 차압 매물이 타 지역에 비해 많았던 것이 가격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도 모기지 연체율이 주택 판매율보다 높아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거래의 대부분이 30만달러대 미만에 집중되고 많은 바이어들이 일반매물보다는 차압매물 사냥에만 나서고 있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필드첵 그룹의 마크 핸슨 디렉터는 “차압매물과 숏세일 매물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일반매물을 소유한 셀러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4. 시카고
시카고 지역의 리스팅 총액은 지난 1년간 약 2억1,200만달러가 하락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들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 관련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면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급감한 것이 가격하락의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5.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 역시 ‘차압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리스팅 총액이 약 1억5,800달러나 주저앉았다. 이 지역도 마이애미처럼 ‘투기꾼’들이 만들어낸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가격의 하락폭이 컸다.
마케팅 솔루션스의 스티브 보트펠드 사장은 “2004년부터 주택이 거주가 아닌 상품의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일반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투기에 가까운 행태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트펠드가 지난해 차압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남성이 무려 40채나 되는 주택을 차압당한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의 투기적 매매가 극심했음을 보여줬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