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청학동에서 온 편지

2009-08-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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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는 날인가 보다. 큰아이가 가 있는 청학동 선비서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편지가 한 장이 올라 와 있다. 궁금한 마음에 얼른 클릭해서 편지를 열었다. ‘어라? 장문의 편지네? 한글로 이렇게 쓴 건 처음인데?’

‘엄마 아빠 저는 잘 있어요. 엄마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리고 여기 와서 저는 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중간 생략) 집으로 돌아가면 더 잘 할께요. 감사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편지 중간에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한글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것과 나름 의미 있는 내용이 써 있어서 스스로 놀라는 중이다. 혹시나 왜 이런 곳에 자신을 보냈냐고 항의 글이 올라왔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곳에서 자신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으로 보내기 몇 달 전부터 뿌리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많이 해 주었다. 사람은 세 가지 뿌리를 알아야 한다. 첫째, 신앙의 뿌리 둘째, 가족의 뿌리 셋째, 민족의 뿌리 이 세 가지 뿌리가 마음 속에 심겨 있으면 어디를 가든지 책임있는 사람으로 세상을 살 수 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엄마, 민족의 뿌리가 뭐예요?” 참 설명하기 난해하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를 아는 거야. 한국 가거든 네가 누구인가에 대해 잘 생각하고 와.”


집을 떠나니 아주 조금 철이 드나보다.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풍요로운 미국에서 자라면서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을 누리는 양 감사하는 것이 없고 물건 귀한 줄을 모르는 아들을 걱정 또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젠 좀 스스로 깨닫는 바를 찾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미국으로 돌아오면 또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민족의 뿌리 부분은 어느 정도 대화가 될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몇 대를 걸쳐 이민의 역사가 내려와도 언어를 잊지 않는 반면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어떤가. 이민 2세만 되어도 한국말을 할 때 얼마나 혀를 굴리는지. 아이가 돌아오면 한글학교 등록하는 것으로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을 집에서 더 한국말과 한국에 대해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모든 것에 때가 있는 법인데 아이가 훌쩍 큰 뒤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 한글 교육일 것 같다. 한글학교 교육에 좀 더 관심과 신경을 써야겠다. 더 늦기 전에.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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