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분노심을 가지고 일하지 말라

2009-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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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한인타운에서 고기 집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장님이 하는 식당은 한때 저녁이면 손님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오래 기다릴 정도로 호황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불경기와 비슷비슷한 경쟁업소 때문에 고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얼마 전 근처에 생긴 고기 집이 점심을 너무나 싸게 팔아서 손님을 많이 빼앗겼다고 경쟁업소의 무분별한 세일에 화를 냈다. 그러면서 그 사장님도 냉면을 2.99에 팔아서 다시 빼앗긴 손님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그 사장님의 감정을 봤다. 그 마음속에는 분노심이 보였다. 또한 경쟁업소에 대한 적개심도 보였다. 나는 그런 그 사장님의 마음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어떤 것도 장사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우선 가격은 유지하고 품질을 더 올려보라고 이야기 했다. 또한 아무리 싸게 팔아도 맛이 없으면 한 번은 가도 두 번은 가지 않으니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하라고 이야기했다.

장사를 하다 보면 화가 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렇게 화가 나고 분노심이 일어날 때 내리는 판단은 내 경우 그렇게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오래 전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 이야기이다. 그 시절 나는 자존심이 강한 식당 주인이었다. 특히 종업원들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면 심하게 나무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는 날 한 종업원이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물론 그 종업원은 돈을 올려주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월급을 올려달라고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안 올려주면 딴 곳으로 가겠다는 그 말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그 종업원은 그만두었고 나는 너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분노심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 종업원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만 느껴졌다. 새로 고용한 종업원은 일을 더디게 배웠고 그 뒷감당은 내가 해야 했는데 그것이 힘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요즘 LA 한인타운에 가보면 가격파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음식을 싸게 판다. 그런데 이런 세일이 정확한 계산과 사업적인 검토를 통해서 하는 것 아니라 경쟁업소에서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인 감정적인 것이라면 바람직하지가 않다. 유독 우리 한인들이 분노 섞인 감정에 빠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이런 출혈경쟁을 한다.

참으로 화가 나고 분노심이 일어나면 우선 흥분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평정심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렇게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지 못하고 아주 사소한 내 감정에만 충실하게 된다. 그렇게 될 때 내 경우와 같이 결과적으로 후회하게 되는 일만 생기게 된다.


절대 화를 내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분노심을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일을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그 결과는 절대 좋을 수가 없다.

# 이것이 핵심

1. 경쟁업소에 대한 적절한 경쟁심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분노가 되어서는 안 된다.
2. 감정적으로 하는 가격 경쟁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3. 분노심이 생길 때는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평정심을 찾을 때 다시 생각해 보아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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