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의 호루라기 - 하나님의 ‘조선 사랑’

2009-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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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반(Steven Linton) 선교사의 외조부 유진벨은 1895년 조선에 온 남장로교 선교사다. 그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 또한 조선에 온 선교사로 유진벨 선교사의 딸 샤로트와 결혼을 했고, 지금의 한남대(대전대)를 설립했다.

일제시대에는 신사참배를 거부, 조선에서 쫓겨났다가 8.15 광복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우리나라를 섬겼고, 윌리엄의 아들 휴 린튼은 전남의 벽지와 섬을 돌아다니며 선교 및 결핵치료 활동에 전념했다.

‘유진벨’ 재단의 회장인 인세반 선교사는 휴 린튼의 둘째 아들이며 다섯 째인 의사 인요한(세브란스 외국인 진료소장 겸 의대교수)도 형(인세반)과 함께 유진벨 재단을 만들어 95년부터 북한동족을 돕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미국에 있는 넷째 아들 앤디 린튼과 그의 부인 하이디 린튼이 설립, 북의 결핵 퇴치에 전념하고 있는 단체가 바로 ‘CFK’(Christian Friends of Korea·조선의 그리스도인 벗)이다. 유진벨로부터 지금까지 4대째를 이어오면서 온 가족이 조선을, 한국을, 북한을 섬겨왔고, 또 섬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본다. 우리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셨던, 얼마나 많은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는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 가보면 알리라.

지금도 전쟁 중인 미국.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이 일년에 10억원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 십 수년 동안 이 린튼 일가가 그 몇 명분의 물질로 지금까지 살려낸 북한 동족이 무려 25만명이다.

진정 하나님의 생명의 복음과 구원의 손길, 복의 통로가 되어 섬기며 살아가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이야 하는지를, 우린 이분들을 통해 배워야 한다.

지금도 황해도 개성과 해주 등에 세운 결핵병동과 요양소들에는 CFK 로고가 뚜렷하게 그려진 앰뷸런스 4대가 있다. 수십 대의 의사용 스쿠터, 수백 대의 의사용 자전거, 진료 가방, 수천 개의 병상 시트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이라는 글자와 한반도 지도, 그리고 그 옆에 뚜렷하게 그려진 십자가 로고를. 이 로고에 북한은 아무 말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수고와 헌신에 진정 고마워할 뿐이다.

누구 하나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되리라. 하나님의 사랑 애써 전하려 하지 않아도, CFK의 도움과 섬김으로 생명을 건진 이들은 가슴으로 이미 알리라.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2004년이었던가? 첫 통곡기도회가 열리던 날, 미 전역에서 모인 2,000여명의 목사들 앞에서 그동안 북한의 인권을 외쳐왔던 NK Freedom Coalition의 수잔 솔티 여사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 일을 위해 모여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나는 부끄러움에 눈물이 났다. 누가 누구에게 감사를 해야 하는가? 북한 동족들을 위해 이모저모로 애쓰고 수고하는 파란 눈의 미국인이, 같은 동족인 한국인 목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다니?

대한민국에 머물며 사랑을 베풀고 북한 동족들의 폐결핵을 치료하는 일에 진력하는 린튼 패밀리. 그들의 아름다운 하나님의 조선 사랑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마음과 손발로, 정성을 다해 내 동족(북한 정부가 아니다!)을 사랑하고 섬겨보자.


이현준 (SJH 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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