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지리산 청학동으로

2009-08-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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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지 거의 10년만에 큰 아이를 한국에 혼자 보냈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는데도 왜 그리 서툰지 남편과 상의 끝에 아이를 한국으로 보냈다. 한국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과 한국말에 대한 자신감과 또 일가친척들을 뵙고 오라고 보낸 것이다. 그렇게 아이를 지리산 청학동으로 보낸 지 두 주가 지나가고 있다. 매일 청학동 서당에서는 아이의 활동상황을 사진으로 웹사이트에 올려준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편지는 쓸 수가 있지만 연락은 하지 못한다. 아이가 속해 있는 반은 ‘선비반’이다. 처음 사진을 보니 얼굴표정이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여기 왜 와 있지?’라는 얼굴이다. 아이의 사진만 보고 속으로 ‘내년에 보낼 걸 그랬어’라고 살짝 후회를 하는 참이다.

선비반에 속해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웹사이트에서 함께 편지를 공유해서 볼 수가 있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가 속해 있는 반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편지 쓴 내용을 함께 읽을 수가 있다. 다른 부모들은 어떤 사연으로 아이들을 청학동으로 보냈는지 편지를 읽어보니 다 파악이 되었다. 하루 하루 읽다보니 사연이 얼마나 재밌고 웃긴지. 형제하고 매일 싸워서 보낸 아이, 게임에 너무 심취해서 보낸 아이, 부모님께 말대꾸를 많이 하는 아이,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 아이, 한문을 지지리도 싫어하는 아이, 자립심이 부족한 아이,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 아이가 원해서 해마다 오는 아이, 시골 놀이가 좋아서 일부러 온 아이… 사연도 가지 가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모들이 다들 경쟁이라도 하듯 열심히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청학동 서당에서는 기초예절교육, 붓글씨, 다도, 도예물레차기, 별자리관찰, 전통놀이, 천연염색체험, 극기체험으로 지리산 오르기 등등 짜여진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말로 책으로 아무리 한국의 전통을 가르쳐도 알 수 없는 것이 몸으로 직접 체험을 하면 한국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이를 보냈다.
그리고 청학동 서당에서 제일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이 어른에 대한 예절 그리고 부모공경이다. 두 주 동안 얼마나 몸에 익혀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가려면 한국을 알고 뿌리를 아는 것이 중학교로 가기 전 학교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한국으로 가면서 “엄마, 조금 떨려. 그런데 잘 다녀 올께. 근데 엄마, 나 없으면 뭐 할 꺼야?” “글쎄”라고 대답을 했지만 하루하루 난 아이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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