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2009-08-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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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식당을 시작한 것은 이십 대 중반이었다. 그 시절 도매시장에 가보면 나보다 나이가 어린 식당 경영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에서 공부까지 한 젊은이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식당을 경영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지금까지 십삼 년 동안 식당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식당 경영에 대한 주위의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식당은 소자본으로 별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많은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전문적인 비즈니스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요즘 주위를 보면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식당 창업을 목표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작년 가을에는 친척의 소개로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이십대 후반의 젊은이를 만났다. 그 친구는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고, 뉴욕의 큰 투자회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일했던 엘리트였다. 그 친구는 주류사회를 목표로 고급 한식 퓨전식당을 열고 싶어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투자적인 문제도 없어 보였다. 나는 두 가지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급히 개업하는 것을 말렸다.


나는 우선 식당에 가서 일을 할 것을 권했다. 특히 그 친구가 창업하기 원하는 식당이 고급손님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음식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에 관한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음식은 실력 있는 조리장을 모셔오면 되지만 서비스와 식당관리는 주인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실력과 지식을 쌓기 전에 큰 돈을 투자해서 식당을 개업하는 것은 무리하고 생각되었다. 두 번째로 나는 그래도 빨리 창업을 하고 싶으면 우선은 규모가 작은 식당으로 시작하라고 이야기했다. 내 경우에도 첫 식당은 중식과 한식을 파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장보기, 음식 만들기, 서비스, 그리고 종업원 관리까지 식당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해보았다. 이런 경험은 지금 식당사업을 크게 확장해 나가는데 너무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슐랭가이드(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에 별 세개를 받는 식당의 창업을 꿈꾸는 한인 젊은이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노부스시, 울프강 퍽, 피에르 가니에르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할리웃 스타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이 찾는 유명 식당을 꿈꾸는 젊은이도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런 고급 식당뿐만이 아니라 팬더나 스타벅스처럼 미전역을 세계로 뻗어나가는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 식당을 그리며 노력하는 젊은이도 보고 싶다.

나 또한 음식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 이런 꿈을 가지고 일을 한다. 이제 식당 사업은 내 노동의 대가만 바라고 하는 그런 사업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명성만 쌓으면 주류사회에서 인정받으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사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꿈은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노력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자질 있고 성실한 한인 젊은이들이 이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란다.

# 이것이 핵심

1. 식당 사업은 더 이상 노동 집약적 사업이 아니라, 자본,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이다.
2.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해라. 그리고 첫 사업은 작게 시작해서 본인이 모든 것을 해봐라.
3.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고 차근차근 준비해라. 명성 있는 식당은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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