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8-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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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의 교훈 (하)

집으로 들어온 새를 다시 둥지로 올려준 뒤 어미 새는 시위라도 하는 듯 우리가 쳐다만 봐도 둥지를 떠나버린다. 현관문 옆 작은 창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어미 새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고 문을 여니 현관문 열 때마다 되려 우리가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새에 눈치를 보고 있는 샘이다. ‘곧 새끼가 알에서 태어날 텐데 언제까지 저리 시위를 하려고 하는 건지’ 며칠이 지나자 요란한 소리가 시간마다 들린다. 드디어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왔나 보다.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인간마음인지 새둥지를 오고 갈 때마다 수시로 쳐다보게 되는 건 왜일까? 새끼 수를 세어보니 네 마리나 된다. 우리가 쳐다볼 때마다 둥지를 벗어나서 먹이를 구해 오는 통에 아기 새들은 하루가 다르게 어른 새로 변신하고 있다. 어른 두 손 가득 펼쳐 놓은 크기의 둥지에 어미 새까지 5마리가 옹기종기 이젠 비좁아 보이기까지 한다. 아기 새인지 어미 새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알에서 깨어난 아기 새들이 다 자란 것 같다. 아침 출근길에 “안녕, 새들아~” 말하고 퇴근해 보니 둥지가 너무 조용하다.

아무리 올려다 보아도 새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어머, 새들이 다 날아갔네. 아침에 집 앞에서 푸드득거리고 있더니만” “엄마, 아기 새들 날아가는 것 봤어?” “집 앞에서 날아보려고 날개짓 하는 거 봤지” “진짜 빨리 가 버렸네…”


잠시 후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민아야, 이걸 어쩌냐. 새들이 잘못 된 것 같아” 뒷곁에서 부르는 소리에 나가 보니 새털이 여기저기 수북히 흩어져 있다. “아무래도 잡아먹힌 것 같네” “아니야, 저녁에 돌아올 거야” 그러나 해가 졌는데도 둥지는 텅 비어 있다. ‘이 바보 새들, 왜 집으로 안 오는 거야. 누가 쫓아내기라도 했어?’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 새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새들이 왜 그랬을까?’ 우리가 쳐다볼 때마다 어미 새가 둥지를 벗어나 물어다 준 먹이를 너무 많이 먹고 날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몸만 커진 상태에서 둥지를 벗어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랬을까. 새들이 둥지를 떠난 것에 일만의 책임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부담스럽다. 또한 어미 새를 통해 나를 보게 되었다. 나도 어미 새처럼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아이들이 커서 내 곁을 떠날 때 세상을 이기고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할 텐데 난 무엇을 아이들에게 준비시켜 주고 가르쳐 주고 있는가. 어미 새의 교훈이 빈 둥지를 볼 때마다 마음을 칠 것 같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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