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라스틱 생수가 수돗물보다 깨끗?

2009-07-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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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판 병물에 관한 진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음료수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정보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알려져 음료수 하나를 마셔도 건강에 좋은 것을 찾아 먹으려는 추세다. 그래서 건강 음료에 칼로리 제로 음료 등 다양한 음료가 쏟아져 나오지만 다이어트에 신경 쓰고 건강까지 챙기는 이들에겐 역시 물만한 것이 없다. 집에서야 정수기 물을 마시거나 끓여 마실 수 있지만 밖에선 역시 병물을 사 마시게 된다. 요즘 병물은 단순히 물이 아니어서 각국에서 들여온 다양한 브랜드가 음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한동안 프랑스산 에비앙이 트렌디 병물의 최선두에 서 있었다면 요즘은 일명 화산수라 불리는 피지 산 피지 워터가 유행의 한가운데 있다. 물론 가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에로우 헤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우리가 생활 속에서 그 어떤 음식보다 자주 접하게 되는 병물. 과연 수돗물보다 안전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까. 남성 건강전문 잡지 멘스 헬스(Men’s Health)가 그 비밀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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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플래스틱에 빠져 죽어가고 있다’는 표어를 통해 페트 병의 유행성을 알리는 포스터.


제조업체 25% 수돗물 사용… 페트병 화학성분도 위험



◇병물은 대부분 수돗물이다?

코카콜라사가 제조하는 병물 다사니(Dasani)의 경우 이름이 갖는 원시적인 느낌과는 달리 일반 수돗물에 미네랄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다사니 병물을 구입했는데 그 제조지가 코카콜라 병 제조회사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적혀 있다면 그 물을 마시는 이는 필라델피아 수돗물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사니 뿐만 아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카콜라 다사니 외에도 펩시 아쿠아피나(Aquafina) 등 병물 제조사의 25%가 제조사 소재 도시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물은 깨끗하다?

시판 유명 병물 포장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가 바로 ‘퓨어’와 ‘내추럴’이다. 이에 대해 코넬 대학 마케팅 클래스에서 이를 조사해보니 이런 홍보효과 덕분인지 고객들은 이 의미를 병물이 일반 수돗물보다 깨끗할 것이며 박테리아 오염도 적을 것이라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환경 연구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4년간 미국에서 시판되는 1,000여 개의 병물을 조사했는데 이중 22%가 미국 대부분의 주 보건국이 제시한 오염도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플라스틱 병의 안전성 문제

플라스틱 병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 공식 발표된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플라스틱 병이 차안이나 거라지 등에서 뜨거운 온도가 되면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조사에 따르면 뜨거운 곳에서 장시간 노출된 페트(PET)병에서는 미량의 안티몬(antimony)이라는 화학성분이 검출되는데 이는 다량 투여시 치명적인 질병을 가져 올 수 있는 성분이다. 따라서 한 여름 밀폐된 차안에서 뜨거워진 병물을 마시거나 한낮에 온도가 올라가는 창고에 6개월 이상 보관된 병물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지구 환경을 망치는 페트병


물을 담는 플라스틱 병의 원료는 원유(crude oil)인데 매년 세계에서 유통되는 이 플라스틱 병을 제조하는데 드는 원유는 자그마치 1억 7,000만 배럴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년 전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병물은 300억 병인데 이중 30%는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컨테이너 재활용 센터(Container Recycling Institute)가 집계했다. 이미 알고 있듯 이렇게 매장된 페트병이 썩는데 걸리는 세월은 자그마치 400~1,000년이라고 하므로 지구 환경을 생각한다면 병물 소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재고해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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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에 따르면 마켓에서 시판되고 있는 모든 병물이 수돗물보다 더 깨끗하고 건강에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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