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핵심 가치(Core Value)

2009-07-29 (수)
크게 작게
우리 주변의 많은 기업, 민간단체들을 잘 살펴보면, 그들만의 독특한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조직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그 가치를 위해 조직의 힘을 응집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한 기업, 그리고 개인들의 집합체로서, 청렴성, 정직성, 개방성, 개인의 우수성, 건설적인 비판정신, 지속적인 자기개발, 상호존경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고객들에게 헌신한다’라는 가치를 내걸고 있는 세계 최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좋은 예입니다.

기업들이 그 가치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존경받는 최고 기업들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핵심가치는 중요한 것이지요.


제가 속한 월드비전도 1950년 조직이 창설된 이래 6문장의 핵심가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의 첫째 핵심가치는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즉,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실천적 신앙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헌신합니다’. 즉, 실천적 신앙의 기본은 단순히 복음을 전파하는 차원을 넘어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우리는 사람을 소중히 여깁니다’. 모든 활동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우리는 청지기 입니다’. 우리의 모든 나눔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므로, 우리는 그 일을 위임받은 청지기로서 정직과 청렴, 투명성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우리는 동역자입니다’. 즉, 비전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과의 아름다운 파트너십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우리는 응답합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지 달려가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최선의 도움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초 월드비전은 전체 1,300여명의 직원 중 5%가 넘는 약 70명을 감원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했습니다. 경기 하락으로 올해 후원금이 약 4%(약 3,900만달러) 목표에 미달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의 근거는 핵심가치 제3조였습니다. 즉, 월드비전이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은 첫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요, 둘째 자기 것을 나누는 후원자들이요, 셋째 그 일에 종사하는 직원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따른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전체 후원금 중 운영 및 모금 경비 약 13%를 제외한 약 87%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사업비로 지출하는 최고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후원금이 감소할 때는 사업비로 지출하는 액수와 퍼센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가치 하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첫째, 둘째 대상인 수혜자, 후원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약속된 후원금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타 경비 축소는 물론 감원조차 단행하는 결정이 너무나 당연하게 내려진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 미국 내 비영리 민간단체의 전반적인 상황은 저희 월드비전보다 훨씬 좋지 않습니다. 30~40% 후원금 감소가 예상되는 기관들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직원 감원까지 감행하면서 수혜자들에게 보내야 할 사업비 집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아직은 들은 바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속한 월드비전이 다른 점이요, 월드비전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후원자들께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이며, 제 자신이 20여년간 몸을 담고 있는 근거입니다.

감원이 통보되던 날 아침,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한마디 항의나 불평도 없이 오히려 남은 직원들과 월드비전을 기도로 격려하면서 떠나던 그 사랑스러운 동료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어깨에 짊어져야 할 더 큰 책임의 무게를 느낀 것은 아마도 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박준서 (월드비전 부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