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에 ‘사랑’ 을 또 드립니다”

2009-07-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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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일생 바친 은퇴 선교사들
일제시대·한국전 전후 상황 담은
책·슬라이드·8mm필름 등 기증
선교박물관 건립해 전시키로


일제시대와 한국전 전후로 한국에서 복음전파와 봉사활동을 했던 미국 선교사들이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슬라이드 등 귀중한 자료들을 한국 기독교 단체에 기증해 화제다.

마리엘라 프로보스트(87) 할머니 등 한국에서 활동했던 은퇴 선교사들은 24일 노스캐롤라이나 블랙마운틴 소재 ‘하일랜드 팜 양로원’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한국관련 자료를 기독교 TV인 CTS에 전달했다.


부모가 일제시대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해 광주에서 태어난 프로보스트 할머니는 전주 예수병원 등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환자와 전쟁고아들을 보살폈으며, 미국으로 돌아와 이곳에 정착했다. 그녀는 귀국 후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은퇴 후엔 ‘조선의 기독교 친구들’이란 단체에 가입, 북한을 돕고 있다. 프로보스트 할머니의 남편인 레이먼드 프로보스트씨는 한국전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하다 미국으로 귀국해 신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한국으로 가 60년대 경주에서 문화중고등학교를 재개교하는 등 선교활동을 하다 타계했다.

그녀는 이날 남편이 찍은 한국전 당시의 사진과 슬라이드 등 귀중한 자료 대여섯 박스를 한국의 기독교 TV에 전달했다.

그녀는 “남편은 처음에는 한국전쟁 때 총을 들고 취재에 나섰다가 나중에는 성경을 갖고 들어가 선교활동을 했다”고 회고하면서 “남편이 찍은 귀중한 자료들을 잘 정리해 한국의 젊은이와 교회를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증식에는 블랙마운틴 인근에 사는 30여명의 은퇴 선교사들이 참석했고, 한국측에서는 감경철 CTS 사장, 워싱턴 기독교방송국의 김영호 회장, CTS의 김종철 지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다른 선교사들도 자신이 소장 중이던 책자와 사진 등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0-60년대 서울 영등포지역에서 10여년간 선교활동을 했던 로버트 호스만 선교사도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책자를 기증했다.

또 구한말 근대교육과 의료사역을 펼쳤던 유진벨 선교사의 외손자인 휴 린튼의 부인인 로이스 플라워즈 린튼(83) 할머니도 1920년대 한국상황을 담은 슬라이프 필름과 흑백사진, 린튼 가문이 노스캐롤라이나 몬트릿에서 사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이동해 한국으로 파송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8㎜ 필름 등을 기증했다.

한글명이 ‘인애자’인 린튼 할머니는 한국전쟁 뒤부터 94년 순천결핵재활원장으로 은퇴할 때까지 35년간 한국의 결핵퇴치에 일생을 바쳐왔다. 그녀의 6남매 자녀 중 4형제가 모두 북한의 결핵퇴치 등 북한돕기에 나서는 등 린튼 집안은 4대째 한반도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료를 전달받은 감경철 CTS 사장은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젊음을 바치신 선교사님들의 노고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귀중한 자료들을 모아 한국에 선교박물관이나 전시관을 건립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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