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폭락이 미국인 생활패턴 180。로 바꿨다

2009-07-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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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락이 미국인 생활패턴 180。로 바꿨다

집을 잃은 미국인들은 기르던 애완동물까지 방치해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빚 못갚아 큰 집서 밀려나 작은 집으로
독립생활 즐기다 친구·가족들과 동거
주택 압류되자 애완동물도 내다버려


부동산 시장 붕괴로 미국인들의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다. 주택 차압으로 길거리에 나앉은 미국인들은 미리 주택의 크기를 줄이고 친척과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쳐나가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택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은 주택을 거주용이 아닌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붐이 일면서 시작됐다. ‘디스트레스트 프라퍼티 인스티튜트’ 알렉스 차펜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 미국에서 판매된 주택 10채 중 4채는 투자용이었다고 지적한다. 투자용으로 무리하게 구입된 주택은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며 미국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판매됐던 주택의 40%는 이미 차압됐거나 차압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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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줄이기(Downsizing)

큰 땅만큼이나 넓은 집을 선호하던 미국인들이 점차 집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큰 집을 얻기 위해 시작한 부동산 투자였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더 작은 집으로 옮겨 다니는 신세로 추락한 것.

올해 66세의 크리스 헤닝은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는 플로리다주의 15만달러짜리 사우스 팜비치 콘도에 혼자 살고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만 보면 남부럽지 않아 보이지만 그녀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든든한 직장과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대출을 받아 구입한 집이었지만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로 그녀는 무려 3번이나 재융자(refinancing: 만기된 채무를 다른 채무로 갚는 것)를 신청했다.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그녀는 “역시 부동산 투자가 최고의 투자”라며 더 빨리 투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애인이 죽고 나이가 들어 실업자가 되면서 매달 이자 갚는 것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녀는 조만간 집을 내놓고 작은 집으로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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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차압 증가 등 부동산 보유자들을 압박하는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얹혀살기(Doubling Up)


헤닝은 팜비치에 있는 집을 한 시라도 비워두는 것이 아까워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녀는 조만간 아들 집으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그룹인 브리지 프로퍼티 앤 어셋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원룸 주택 공실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주택압류로 혼자 살기가 버거워 친구나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림받는 애완견
최근 애리조나 휴먼 소사이어티에 조사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1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 압류되면서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버려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는 누군가 압류주택에 방치된 동물을 보면 동물센터에 신고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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