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스크로 (Escrow)

2009-07-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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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row(에스크로)라는 단어는 본래 11세기 영국을 지배한 프랑스 놀만지방 북유럽인들의 방언으로 scroll이나 scrawl 같이 ‘쓴다’라는 뜻과 ‘써진 서류’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계약에 관련되어 쓰는 의미로는 약속 당사자들의 약속조건 이행과정을 대행해 주는 ‘회사’를 의미하기도 하며, 대행해야 하는 ‘절차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에스크로 회사는 부동산 매매가 관련되었을 경우에는 셀러와 바이어 사이에서, 부동산 임대가 관련되었을 때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듀얼 에이전트(dual agent)로, 즉 양쪽의 이익을 모두 대변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에스크로 회사는 어느 양쪽에도 본인의 이권이 절대적으로, 조금도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바이어나 셀러,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상에서 약속한 조건이행을 대행해 주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충고도 해줄 수가 없다.


에스크로에서 다 해준다는 말을 가끔 듣곤 하는데 상당한 넌센스이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이 에스크로 회사는 양쪽의 에이전트이기에 에이전트로서 피신탁인으로서의 의무(fiduciary duty)를 양쪽에 철저히 이행하여야 한다. 피듀서리 듀티에는 로열티(loyalty)와 캐어(care)와 손님 이익 최우선의 의무가 포함되어 있는데 어떻게 한 하인이 두 주인에게 아주 공평하게 충성하며, 배려하며 주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까?

정말 델리케이트 하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회사 운영자나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부동산 에이전트로서나 또는 투자자의 일원으로 관련되었을 때, 절대적으로 그 에스크로를 취급해서는 안 되며, 꼭 해야 될 경우에는 확실하게 모든 상황을 모든 당사자에게 100% 정확하게 알리지 않는 한, 에스크로 회사로서, 에스크로 에이전트로서 본인도 모르게 의무를 위반하는 결과가 되게 될 수도 있다.

약 1,000만달러가 넘는 부동산 매매를 하며, 그 매매를 주도한 부동산 회사의 오너가 에스크로 회사의 오너로서 그 부동산 매매의 에스크로를 아무런 disclose 없이 했던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아주 심각한 위반인 것이다.

얼마 전 경매에서 은행 프라퍼티를 샀는데, 경매회사가 부동산 에이전트이며, 에스크로 에이전트였는데, 모든 것을 셀러(은행) 쪽에 치우쳐서 행동하며 에스크로 담당자의 많은 행동이 피신탁자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어 e-mail을 보낸 후에 태도가 180도 달라진 적이 있었다.

에스크로라는 단어 의미 중의 또 하나인 매매절차나 임대절차를 대행하는 것으로, 셀러가 바이어에게 깨끗한 등기이전 문서를 줄 수 있게 타이틀 보험회사에서 서류를 받아 바이어에게 주며, 바이어로부터는 셀러에게 지불해야 될 돈을 바이어로부터와 융자은행으로부터 받아 타이틀 보험회사를 통하고, 타이틀 보험회사의 지시를 받아 셀러에게 주는 역할인 것이다.

셀러와 바이어 사이에 계약이 성립되어 계약조건의 이행절차를 대신해 달라고, 당사자들 모두 서명된 계약서와 디포짓을 에스크로 회사에 맡겼을 때 에스크로를 오픈했다고 하며, 모든 절차대행이 끝나 타이틀 보험회사에서 타이틀에 대한 보험을 이슈했을 때 에스크로가 끝났다고 한다.

약속조건 이행절차는 많은 테크니컬한 이슈와 경우에 따라서는 복잡한 리걸 이슈가 관련되어있으니 이 절차 자체를 에스크로 회사에 의뢰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며, 부동산 매매나 사업체 리스 등은 그 많은 구절구절 자체가 모두 법적으로 세무적으로 큰 의미가 있으니 반드시 변호사, CPA와 상의해야 한다.
한국말을 구사하며 영어에 능숙한 에스크로 회사가 있는 것이, 영어에 익숙지 않고, 부동산 절차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에이전트들에게는 손님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말 다행이다. 에스크로나 타이틀 보험보다 많은 fee를 받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에스크로를 맡기는 것을 비즈니스 준다는 시각에서 하나당 100달러이고 200달러이고 달라고 하지 말고, 영어에 능숙하고 나의 손님 일을 잘 대행해 주었으니 고맙다는 생각으로 에스크로 에이전트를 아껴야 할 것이며 에스크로 회사는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지저분하고 옳지 않은 것에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워드 한 / 부동산 컨설턴트·법학박사
(213)748-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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