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준비를 잘하는 세가지 방법

2009-07-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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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처음 식당을 창업을 했을 때 같이 일했던 주방장 아저씨가 있었다. 우리 가게에서 오랜 기간 일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아저씨에게서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주방장 아저씨에게 음식을 배운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그렇지만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주방장의 모습을 통해서 식당 일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가 있었다.

주방장 경력 삼십 년이라고 한 그 아저씨는 내게 주방 일의 대부분은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처음 우리 식당에 온 그 아저씨는 주방의 냉장고와 모든 기구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 이유를 묻는 나에게 아저씨는 바쁜 시간에 움직이는 동선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식당 일을 처음 해본 나와 어머니는 그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을 하다가 식재료를 가지러 멀리 있는 냉장고로 뛰어가기도 했고 마음은 급한데 필요한 것을 못 찾아 발만 동동 구른 적도 많았다.

그 다음에 아저씨는 여러 번에 나누어 하던 일을 한번에 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일할 때는 국자나 주걱 등 음식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의 위치가 꼭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아저씨는 손님이 몰리기 전에 필요한 기구들을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질서 있게 모아 두었다. 그리고 손님이 음식을 싸갈 때 주는 숟가락, 젓가락 등을 고무줄로 묶어서 바쁠 때 손쉽게 일을 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아저씨는 음식 제조과정을 세분화하고 단순화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두부 요리가 들어오면 그때마다 필요한 요리에 맞게 썰었지만 주방장 아저씨는 찌개용 두부, 부침용 두부 등으로 미리 준비했다. 또한 찌개를 끓일 때 들어가는 해물 등 재료도 다 일인용으로 미리 쌓아두어서 여러 음식이 함께 주문이 들어와도 모두 빨리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렇듯 나는 그 아저씨가 바쁜 시간을 대비해서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세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선 바쁜 시간에 움직이는 동선을 최대한 줄일 것, 그리고 여러 번의 동작이 필요한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기구와 재료 등을 한 곳으로 모을 것, 또한 음식 조리과정을 세분화하고 단순화해서 바쁜 시간에 하는 모든 일들의 효율성을 높일 것 등이었다.

나는 지금도 새로운 식당을 시작하면 우선 종이에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적는 것으로 주방을 디자인한다. 그리고 합치고 모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일하는 종업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준비하는 모든 음식의 만드는 과정을 일일이 다 분석하고 더 작게 나누어 준비하게 해서 바쁜 시간에 손쉽게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물론 식당 경험이 오래된 사람이라면 경험에 따라 이런 것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반복된 일을 하다 보면 더 효율적이고 능률이 오르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그냥 하던 대로 일하는 타성에 젖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식당 일의 대부분은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준비 과정을 잘 디자인하면 인력과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오늘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습관적으로 하던 일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 이것이 핵심

1. 바쁠 때는 최대한 움직이는 동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 여러 번 손이 가는 일을 한번에 할 수 있게 준비해라.
3. 음식 만드는 과정을 좀 더 세분화하고 단순화해서 바쁠 때를 대비해라.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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