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기암 남편 살린 김옥경씨 ‘자연식 밥상’

2009-07-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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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 과일·채소로 활력 듬뿍 ‘건강한 편식’

지난주 LA 한인타운 서점엔 뜻하지 않게 오래된 책 한 권을 문의하는 전화로 불이 났다.

오랜만에 한인 서점가를 들썩이게 한 책은 바로 ‘송학운·김옥경 부부의 자연식 밥상’.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건강서적으로 그리 특별해 보일 것도 없고, 그렇다고 신간 서적도 아닌 이 책이 갑작스레 관심을 끈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얼마전 한국 공중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나간 ‘목숨 걸고 편식하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고기와 달걀, 우유는 물론 생선까지 먹지 않고 채식을 하는 세 남자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밤 11시30분 방송에도 불구하고 9.8%라는 같은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도 뛰어넘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송학운씨는 췌장암 말기 환자로 병원으로부터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였다.


그런데 그 뒤로 20년 가까이 그는 살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는 다시 고교 체육교사로 일할 만큼 정상인보다 더 건강한 사람으로 ‘변신’해 있다.

말기 췌장암 환자에서 건강한 직장인으로 거듭나고(송학운), 평생 고혈압 약과 당뇨약을 끼고 사는 환자를 단 며칠만에 정상인으로 회복시켜 주는 의사(황성수), 40년 경력 신장이식 권위자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 20년간 면역억제제를 끊고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신장 이식자(이태근) 등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건강하게 ‘편식’하는 법을 여기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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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경씨의 자연식 밥상의 대표적 메뉴들. 사진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봄, 여름, 가을 밥상이다. 그녀의 밥상은 육류와 달걀, 생선, 우유를 쓰지 않으면서도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들로 가득 차 암 환자들뿐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요리책 출간·캠프 운영 ‘자연식 전도사’ 김옥경씨
“현미밥만 잘 먹어도 건강 지켜”


방송 이후 송학운·김옥경씨 부부가 거처하는 경남 양산시 소재 ‘자연생활의 집’ 전화는 매분 매초가 불통이다. 수 십분씩 연달아 통화를 시도해도 통화 중 신호 대기음만 울릴 뿐 연락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매일 하루에도 수백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통에 김옥경씨와 통화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어렵사리 통화에 성공했지만 한국과의 시차도 있고 최근 자연생활의 집 여름 캠프로 인해 삼시 세끼 밥 해대느라 그녀는 이만저만 바쁜 게 아니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 그녀와 전화로 인터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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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남편 위해
맛 좋은 채식 만들게 돼
유기농만 고집하진 않아


▲책에 실린 사진만 봐도 요리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따로 배웠나.
-아니다. 시어머니께 배운 솜씨다. 시어머니 요리솜씨는 근방에서도 다 알아줄 만큼 유명하셨는데 내가 맏며느리다 보니 워낙 엄하게 철저히 배웠다. 그러다 남편이 암에 걸린 뒤 자연식을 하는데 간도 없고 단조로운 메뉴다 보니 남편이 금방 질려했다. 그래서 요리를 한 두개씩 개발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게 됐다(웃음).

▲꼭 야채와 과일은 유기농만 고집하나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 구할 때도 있다. 유기농 청과류를 사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면 나 역시도 시장에서 사서 깨끗이 씻어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유기농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철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흘동안 캠프에 있으면서 금방 변화가 오는가
-특히 아토피 환자들의 경우 열흘만 채식을 하고 맑은 공기를 쐬면 90% 이상이 호전된다. 그리고 참 신기한 것은 자연식 밥상을 오히려 아이들이 더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원초적 미각을 잃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맛에 아이들이 더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

▲자연생활의 집엔 어떤 이들이 오는가
-초창기엔 나이 든 암 환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건강하게 살려는 평범한 청·장년층들도 많이 오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많이 온다. 특이한 점은 불과 10년 새 암에 걸린 어린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주 한인들도 오는가
-그렇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유럽 등지의 한인들도 오는데 역시 미주 한인들이 가장 많다. 한번 다녀간 이들 중 정기적으로 오는 이들도 많다.

▲한국 사람들과 다른 한인들만의 특별한 문제되는 식습관이 있는가
-일단 너무 바빠서 음식을 잘 챙겨 먹는다기보다는 때우는 수준이 많은 것 같다. 한인들의 경우 이는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음식을 한국보다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운동량도 적어 꼭 암이 아니더라도 각종 질병이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하지 않나 싶다.

▲자연식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현미밥이다. 다른 건 몰라도 현미와 현미 찹쌀을 1:1로 섞어 밥을 해먹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먹으려고 하면 소화가 잘 안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백미의 비율을 줄여가면서 현미밥에 도전하면 된다. 현미밥만 잘 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한편 방송 후 쏟아지는 관심에 이들은 앞서 낸 책을 다시 보충해 ‘나는 살기 위해 자연식 한다’ ‘사람 살리는 자연식 밥상’(동녘) 등 2권의 책을 동시 출간한다. 출간일은 24일.

주소: 경남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 233
문의: (055)381-8153
(055)381-4495
홈페이지 www.naturehouse.co.kr


# 발효시키지 않은 천연간장 사용

◆요리 팁

◇가루 간장=콩의 위험요소인 아폴로톡소를 피하기 위하여 발효시키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천연 간장으로 가루 상태로 만들어진 것. 환자일 경우 가루 간장을 사용하고 일반인은 진간장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미국산 가루 간장을 사용하는데 가주 총판 중 한인이 운영하는 베터리빙 엔터프라이즈에 전화 주문할 수 있다.(818)341-5048

◇야채국물=생수 3,000cc에 양파 100g, 말린 표고버섯 30g, 무 150g, 다시마 20g을 넣어 팔팔 끓인다. 다시마는 5분이 지나면 먼저 건져낸 뒤 불을 약하게 해서 1시간 정도 더 끓인다. 한번에 많이 끓여 놓고 냉장 보관해서 필요할 때 양념장으로 사용하면 된다.

◇밀고기= 밀고기 반죽은 만질수록 글루텐이 형성돼 질겨진다. 수제비 반죽처럼 많이 만지면 질기기 때문에 서로 뭉칠 정도만 섞어준다.

◇마요네즈=레몬 1개, 캐슈넛 60g, 양파 25g, 올리브유 4큰술, 꿀 5큰술, 구운 소금 1 작은술, 다진마늘 1/2 작은술을 준비해 잘 섞어 믹서기에 간다. 여기에 피스타치오, 바나나, 키위 등을 다져서 섞으면 맛있으면서도 고급스런 과일 잼이 완성된다. 샌드위치에 발라 주면 시판 마요네즈나 잼보다 훨씬 풍부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콩 소시지=샌드위치 요리법에 나오는 콩 소시지는 홀푸드 마켓이나 일반 미국 마켓 베저테리안(vegetarian) 코너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채식 주의자들을 위한 소시지는 소이 프로틴을 이용해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 미국엔 적잖은 채식주의자들이 있어 소시지 종류와 맛도 다양하다. 테리야키 맛부터 시작해서 바비큐 맛, 치킨 맛, 터키 맛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10개들이 한 팩에 3.50~3.99달러선.

글 이주현·사진 자연생활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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