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름 막판 세일, 이렇게 즐겨라

2009-07-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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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큰 폭이 될지, 얼마나 좋은 아이템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아무리 여름 막판 세일이 유혹적이라 해도 지금처럼 경기가 100년만에 최악이라고 한다면 사실 샤핑 나서기가 죄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니 당장 지갑 사정 역시 지난여름 같지 않은 게 적나라한 우리의 현실이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열심히 일한 당신, 이번 세일에서 그게 10달러가 될지 20달러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아니 그냥 윈도 샤핑으로 끝난다 할지라도 고스란히 당신만을 위한 샤핑에 나서보길. 스웨터 한 장이라도 최고 70% 할인해서 건지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잘 견뎠다고, 올 상반기의 그 길고 힘든 여정 대견하게 잘 걸어왔다고 자신을 다독이는 보너스도 잊지 말길.


‘브랜드 세일’ 부틱보다 백화점이 할인폭 더 커

맞는 사이즈·원하는 컬러 품절땐
디자인 마음에 들어도 충동구매 말고
필요한 물건 외에는 여유 갖고 골라야



그러나 이번 세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터에 나서는 군인과 같은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하나라도 더 맘에 드는 아이템을 건지기 위해선 그것도 필사적인 전략과 전술이 동원돼야 한다. 어떻게 샤핑하느냐에 따라 절약 액수는 물론 그 만족도 역시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 당신을 위한 여름 세일 샤핑 가이드를 귀띔한다.
  

#백화점 세일을 노려라

가만 보면 꽤 많은 한인 여성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부틱 세일에 목숨을 거는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 백화점에서 같은 브랜드를 살펴보면 훨씬 더 세일 폭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거대 백화점의 바잉 파워와 재고정리에 대한 의지는 그들이 존재하는 목적처럼 보일 정도니까. 이미 이 달 초부터 감지했겠지만 이번 여름 세일은 사상 초유의 할인폭을 자랑(?)한다.

최고 60~70%까지 세일행진이 이어질 이번 세일은 그래서 그 어느 해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더. 보통 여름 막판 세일 이후엔 ‘찜’해 놓은 물건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워낙 불경기다 보니 지갑 여는 소비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물건 빠지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은 것 확실하다. 그러니 너무 비싼 물건이 아니라면 올 여름 세일은, 적정선의 예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원하는 물건을 건질 확률이 크다는 것도 함께 귀띔한다.


#충동구매는 결단코, 기필코 막아라

‘남자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1달러 짜리를 2달러에도 사고, 여자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2달러짜리가 반값 할인이면 결단코 산다’라는 말이 있듯이 여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타고나길 세일에 약하다. 그래서 세일기간이면 예상치도 않은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집어들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 그러나 이번 세일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싼값에 사는 절호의 기회이지 어떤 물건이 싸게 나왔는지 보러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에게 다짐해두자.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충동구매에는 사이즈나 컬러도 포함된다. 찜 해둔 옷이 있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고 한 사이즈 크거나 작은 사이즈가 있으면 엄청난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걸 사?, 말아?’를 갈등하다 여성들 열에 아홉은 그냥 ‘지른다’. ‘좀 줄여 입거나 살을 빼면 되지 뭐’가 그 ‘구차한’(?) 변명인데 대부분 다 한번씩 경험에서 알듯이 그런 옷은 옷장 속에서 1년 이상 상표도 떼지 못한 채 잠자기 일쑤. 컬러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블랙을 원했는데 맞는 사이즈는 브라운밖에 없을 경우, ‘뭐 어때 원했던 디자인인데’하고 또 역시 지름신의 강림을 접견하는데 이 역시 돈 낭비로 가는 지름길이다. 컬러 역시 자신과 어울리지 않으면 잘 입게 되지 않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지 마라

이번 세일에 사지 못하면 못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역시 충동구매에, 예산 초과를 하게 되는 주범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세일의 할인 폭은 더 커지는데다 원하는 상품도 구입자가 변심해 리턴 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물론 꼭 필요한 물건은 가능한 빨리 샤핑을 마치는 것이 좋지만 그 외 아이템들은 조금 더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번 세일은 브랜드 입장에선 안 팔리는 물건을 팔아치우는 것이 아닌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어떻게든 팔아보겠다는 사활을 건 세일즈이기 때문에 여름 상품이라면 전 아이템들이 다 세일 가판대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대신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값이 더 내려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오히려 철저한 샤핑 리스트를 짜는 게 더 생산적인 일처럼 보인다.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이 샤핑의 강호에선 더 많은 정보와 더 치밀한 전술을 구사하는 이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이번 여름 세일에서 얼마치의 물건을 얼마나 싸게 구입했든 그 샤핑으로 조금은 계절이 위로가 됐길 바랄 뿐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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