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보람을 느끼면서 일해라

2009-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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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와우벤또 5호점 개업을 했다. 지금까지 여러 개의 식당을 개업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쉬울 것이라 예상을 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이 여러 가지 난제가 나를 힘들게 했고 참 어렵게 개업을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불쑥불쑥 드는 불안한 마음과 중압감. 이런 스트레스는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또한 식당은 다른 사업에 비하여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경영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십 년이 넘게 식당을 해온 내 생각은 식당 사업에서 큰돈을 버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일은 어떤 다른 업종보다도 고되고 힘들다.

이십 대 중반에 식당을 시작한 나는 그 이후로 새벽에 일어나 시장 가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리고 식당을 시작한 후 식사를 제 시간에 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또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바쁠 때는 단시간에 극도로 긴장을 해서 일을 한다. 그래서 그 바쁜 시간이 지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아울러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손님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무책임한 종업원 때문에 속상한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음식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손님이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과 실망감이다. 그것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식당 일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강도 높은 육체노동이 겹친 고되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삼고 일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이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많은 식당 경영자들은 식당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에는 우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손님이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왔다. 집이 굉장히 먼 곳에 있는 손님이었는데 일부러 우리음식을 가족들에게 사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나는 그 손님 일행에게 이것저것을 챙겨주면서 어떤 보람을 느꼈다. 우리 가게의 음식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이라는 게 참으로 감사했다. 또한 우리 가게의 음식을 먹고 더 건강해졌다고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손님을 대할 때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을 다 먹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전하는 손님을 대할 때도 나는 마음속에서 어떤 보람 감을 느낀다.

처음 식당을 하고는 이런 보람 감을 느껴 본적이 없었다. 단지 돈을 빨리 벌어서 이것보다 편한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나도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그 무렵부터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식당 일을 평생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가 이런 마음으로 힘든 식당 일을 하면서부터 와우벤또는 빠른 성장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식당 일은 힘들다. 그래도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 때문이다. 많은 식당 경영자들이 이런 보람 감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일을 했으면 한다.


# 이것이 핵심

1. 식당을 하면 무조건 대박이고 쉬운 일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2. 식당 일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일의 연속이다.

3. 우리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손님을 보는 것에 보람을 느껴라. 힘든 노동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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