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융자 받기 힘드네요

2009-07-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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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발달되고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옛날 원시적인 물물교환 생활방식보다는 내가 소유한 물질을 가지고 필요한 것을 사는 한도를 넘어서 가진 것 이상의 가치를 소유하기 위하여서 돈을 빌리는 융자방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 소유 자본보다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융자 받았느냐를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것도 그러한 것은 돈을 빌리기 위하여서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세 가지의 평가기준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신용등급이다. 과거에 융자를 받고 상환한 기록이 어떠하냐 하는 점수이고 그 다음은 융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환액이 수입에 비하여 많으면 부채비율이 크다고 하여 융자를 받기가 힘들어지는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융자액을 담보할 수 있는 담보 대비대출 비율이다. 융자를 하여 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만일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담보물을 매각하여 원금을 회수하여야 하가 때문이다.

은행이란 원래 자기자본 보유율이 아주 낮은 기업이다. 보통 소매업이 자기자본 대 부채 비율이 50% 정도인데 비하여 거의 10배 가량이 높을 만큼 자기자본 보유율이 낮은 데다가 대부분의 부채가 고객의 예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업은 대출을 하여 주어야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또 이 대출로 손해를 입게 되는 위험이 공존하는 기업이다.


2007년에 이르러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상에서 말한 기본 원칙을 벗어나서 대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프라임 고객에게만 대출이 이루어지던 것이 프라임 고객이 아닌 사람에게도 대출이 이루어져서 붙어진 이름인지도 모른다. 연방준비은행에서 실시한 저이자율 정책으로 은행에 예치되었던 자본이 투자처를 찾게 되었고 특히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 무역의 흑자로 달러 보유고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이를 투자할 투자처를 찾게 되는 시점에서 투자 대상은 주식이 아니면 부동산 투자로 집약할 수가 있는데 주식은 1990년대 말부터 나스닥 시장의 몰락으로 외면을 당하게 되고 부동산 주택시장으로 몰리게 된 셈이다.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어느 은행이나 대출해 줄 수 있는 자금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출하여주고 받은 담보증서를 모기시장에 다시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여 다시 대출을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들인 모기지를 모아서 하나의 채권 즉 모기지 유동화 채권을 만들게 된다. 많은 투자가들이 이 모기지 유동화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서는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들일 수 있는 주택담보 증서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주택이 많이 매매되어 주택융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주택융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융자 기본원칙을 완화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과거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이자율로 보상을 받게 하고 부채비율을 낮게 하기 위해서는 100% 융자를 받아도 처음 2년 또는 3년 동안에는 이자만 지불하게 하여 융자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억지로 꿰맞추었으며 이러한 융자조건의 완화로 융자를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호기를 잠시 잠깐 만들어준 셈이다.

주택매매가 활발하여지니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져서 주택가격은 상승하게 되었고 다소 융자 상환이 힘들어도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자율의 상승은 융자조건의 완화라는 특혜를 잠시 받았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힘겨워 하게 되었고 융자 상환 연체수가 점차 증가하는 시점에 이르게 되자 주택가격 상승이 멈추게 되었고 원래 100% 융자를 받은 이 특혜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기에는 그렇게 힘들지 않게 이루어진 셈이다.

부동산 가격은 언제나 상승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느끼게 한 교훈의 대가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처음부터 잘못된 대출로 시작하여서 연결된 부동산 담보 유동채권의 투자 손실은 미국을 초월하여 전세계를 뒤흔들게 되었으며 이제 다시 융자 기본원칙 보다도 더 완고하여진 은행은 좀처럼 대출을 허가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조셉 김 <뉴스타부동산 부회장>
(213)272-6726
www.newstarcommerci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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