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입에 ‘쏙’ 와인과 ‘딱’

2009-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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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거푸드

클레어 림 셰프가 제안하는 한여름 파티를 위한 상차림


캘리포니아의 7월은 파티하기 그지없이 좋은 때다.

오렌지 빛 석양이 기분 좋게 번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청량한 바람이 콧등을 스치는 바로 그런 어느 저녁 한 때, 맘 맞는 지인들과 아껴둔 와인 한 잔 기울이는 낭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 7월의 파티라는 게 왁자지껄 호탕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 시끌벅적한 모임이어도 좋겠고 띄엄띄엄 몇 마디만 오간다 해도, 석가와 가섭처럼 이심전심, 염화미소 한 자락 띠울 수 있는 그런 자리라 해도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파티란 이런 상쾌함, 따스함, 약간의 무질서까지 더해져 자신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가느다란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맘 맞는 이들 한데 모아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과일을 깎고, 술잔을 돌린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하여, 팍팍한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기 위해, 누군가에게 어깨를 빌려주기 위해.

독립기념일이 끼여 있는 이번 주말 파티를 계획했는가. 그리 거창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저녁상 물리고 앉아 간단한 카나페에 와인이나 맥주가 곁들여져도 좋겠고 한낮부터 둘러앉아 푸짐하게 고기를 구워도 되겠다. 물론 말은 이리도 가볍고 간단하지만 초대하는 사람 마음은 어디 이리 간단하기만 하겠는가. 며칠 전부터 메뉴도 짜야 하고 장도 봐야하고 음료도 갖춰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파티를 어렵게 생각하면 연중행사가 되고 만다. 꼭 한상 거하게 차려서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자.

여기 최근 트렌디하면서도 센스 있는 파티 케이터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파크 온 식스’(Park on 6th) 클레어 림 셰프가 여름 파티 상차림을 살짝 귀띔한다. 깔끔하면서도 럭서리한 느낌 팍팍 나는 그녀의 파티 상차림은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폼도 제대로 나 한번 익혀두면 두고두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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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파티 메뉴는 콜드디시 위주로 간단한 카나페와 요기가 될만한 파스타 한 접시, 거기에 화이트 와인과 레모네이드만 준비하면 아주 훌륭한 상차림이 된다.


#파티 상차림 팁

◇핫 디시보다는 콜드 디시 위주로=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려면 서빙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집주인은 부엌에만 있느라 파티에서 소외되게 마련. 따라서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한식 상차림이 아닌 이상, 미리미리 만들었다 손님이 오면 바로 서빙할 수 있게 한다.


◇조리법 간편한 메뉴를 짠다=무조건 손 많이 가고 화려해 보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조리법이 복잡하면 파티 당일 우왕좌왕하다 오히려 맛을 못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조리법이 간편한 것으로 메뉴를 선택해서 당일 날 바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집주인도 부담을 덜고 실패할 확률도 적다.

◇잘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선택=손님 초대라는 부담감에 요리 책에서 처음 본 레서피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 평소 해보지 않은 요리는 아무리 잘 따라 한다 해도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평소 잘 만드는 요리를 선택해야 손님들에게도 칭찬 받을 수 있다.

◇반 조리식품 구입해 볼만=무조건 신선한 재료로 핸드 메이드 100%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마켓에 가면 품질 좋은 냉동, 냉장식품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 신선한 재료를 더해 적절히 사용하면 고급 레스토랑 메뉴 부럽지 않다. 예를 들어 냉동피자를 사다 여기에 좋아하는 모짜렐라 치즈와 토핑을 더 얹어 오븐에 구우면 훌륭한 핫 디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카나페 부페 고려할 만=무조건 보기에 럭서리한 카나페를 완벽하게 만들어 상에 올려놓을 필요는 없다. 카나페라는 것이 치즈나 바게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얹어 먹으면 되므로 다양한 과일과 치즈, 튜나, 햄, 프로슈토 등을 보기 좋게 큰 접시에 담고 한켠에 바게트와 크래커를 담아 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얹어 먹게 하면 집주인의 센스도 돋보이고 서빙하기에도 편리하다.

◇핑거푸드엔 화이트 와인이 제격=클레어 림 셰프가 소개한 이번 파티 상차림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그녀의 추천 와인으로는 리즐링과 로제 와인, 게브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다. 이 세 와인 모두 달콤하고 산뜻한 맛과 향으로 파티 와인으로 그만이라고.

#클레어 림 셰프는

13세 때 미국에 온 1.5세인 클레어 림(28·사진)씨는 UCLA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대 진학을 고려한 의사 지망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요리에 ‘꽂혀’ 패사디나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공부를 하기에 이른다. 2006년 요리학교 졸업 후 롱아일랜드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이탈리안 부호의 파티 프라이빗 셰프로 일하면서 파티와 이벤트 요리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다 올해 봄, LA 한인타운에서 제대로 된 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파크 온 식스’ 박경화 사장의 전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로 LA로 왔다.

클레어씨의 요리는 담백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100% 살린 웰빙 푸드라는 것이 특징.

“요즘 식당 요리들 너무 달고, 짜고 자극적이죠.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고요. 신선한 재료를 쓴다면 사실 다른 조미료나 양념이 필요 없을 만큼 그 고유의 맛만 잘 살려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맛을 내는 게 제 바람입니다.”

최근 클레어씨 영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파티 케이터링을 시작한 ‘파크 온 식스’는 빠르게 입 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 클레어씨의 손끝에서 탄생한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런 메뉴들이 입맛 까다로운 파티 피플을 열광시키고 있는 중이다.

*파크 온 식스

주소: 3300 W 6th St. LA
문의:(213)382-0909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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