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로 살아보고 맘에 들면 사세요”

2009-06-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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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 ‘리스-매입’ 옵션 는다

리스-매입 옵션이 최근 집을 팔지 못해 고전하는 주택건설 업체나 개인 셀러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 등 차압이 많은 지역에서는 관심이 더 뜨거운 편이다. 집을 팔지 못해 힘들어하는 개인 셀러들도 리스-매입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관련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사이트 iRentToOwn.com은 현재 접속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나 개인 셀러들 입장에선
매물 썩히느니 현금 들어와서 좋고
다운페이·융자 어려운 바이어들도
지불한 렌트 매입비용 환불 ‘환영’


브로커들도 팔리지 않는 리스팅에 리스-매입 옵션을 끼워 넣으면서 자연스레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뉴욕 맨해턴의 아파트 빌딩들도 리스 매입 옵션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동산 전단지, 판촉물, 광고 지등에는 주택 ‘테스트 드라이브’를 권유하는 광고가 흔한데 여기에도 판매 가격과 렌트가 같이 적혀 있다.


리스-매입 옵션은 제공하는 셀러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납부한 렌트가 쌓여 나중에 매입하기로 정했을 때 매입자금이나 클로징 코스트를 낮추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단 렌트로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나중에 매입하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스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 그냥 나가면 그만이다. 바이어나 셀러 입장에서 봤을 때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매입 옵션은 주택시장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았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도 등장했었다. 그때는 팔리지 않고 쌓이는 재고가 거의 7년치에 이를 정도로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다. 당시 리스-매입 옵션거래를 했었던 한 부동산 업자는 렌트 후 실제 매입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렌트에서 매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5%선에 불과했는데 이는 리스-매입 옵션을 선택한 사람 중 대부분은 매입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은 바이어나 셀러 양측에 모두 좋은 조건이어서 리스에서 매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셀러로서는 판매만을 고집했으며 매물을 그냥 잠재우고 있어야 하지만 렌트라도 나가니 현금이 흘러서 좋다. 바이어로서도 이 조건이 아니면 매입은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딱 좋다. 다운페이먼트를 할 현금이 당장 부족하거나 크레딧이 충분치 못하다면 요즘처럼 융자가 어려운 때에는 주택 매입은 마음뿐 실제로는 어렵다.

한 바이어는 브루클린의 브리지뷰 타워 콘도미니엄의 1,200스퀘어피트 2베드룸을 일년 리스 옵션으로 계약했는데 리스 만료 전에 매입하기로 결정하면 월 4,000달러씩 내는 렌트(관리비는 빼고)는 매입가(현 판매가 98만달러)로 취급된다.

같은 곳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1배드룸 콘도를 2년 리스-매입 옵션으로 계약한 또 다른 바이어는 다운페이먼트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끌린 케이스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지불한 렌트의 대부분이 매입 자금으로 환불받으니 좋고 2년 뒤에 매입으로 전환하면 2년간 공짜로 렌트 산 셈이 된다. 월 3,000달러 렌트 중 83%가 매입비용으로 간주되니 55만달러의 아파트를 실제로는 49만달러로 사는 셈이다.

셀러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이런 방식은 생각도 안 했지만 팔리지 않는 콘도에 이런 조건을 제시하니 반응이 좋아 판매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매달 소득이 들어오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개인 셀러 사이에서도 관심이 리스-매입 옵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뜨거울 때 집을 7채나 투자했다가 궁지에 몰린 한 개인 투자자는 더러 바이어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모기지 융자가 나오지 않아 딜이 깨지곤 했는데 리스-매입 옵션을 제공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 만족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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