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끼리 애정인지 우정인지… ‘브로맨틱’ 코미디 붐

2009-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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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끼리 애정인지 우정인지… ‘브로맨틱’ 코미디 붐

영화 ‘행오버’에서 덕의 세 친구가 전야의 술과 마약파티로 숙취에 빠져 있다.

남자들과 남자들 사이의 애정에 가까운 우정을 우습고 음탕하고 또 농도 짙게 묘사하는 ‘브로맨틱’(브라더스와 로맨틱의 합성어) 코미디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브로맨스’ 영화라고도 불리는 이 새 장르의 영화의 개척자는 저드 애파토 감독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스티브 카렐이 주연한 ‘40세 숫총각’(The 40-Year-Old Virgin)으로 ‘브로맨스’영화의 문을 열었는데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남자 주인공을 둘러싸고 여러 명의 친구들이 어울려 먹고 마시고 성적 농담을 하고 때로는 육체적 접촉마저 마다하지 않으면서 우정을 돈독히 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빅히트를 했다.


‘40세 숫총각’ ‘임신했네’ 이어
‘아이 러브 유, 맨’‘행오버’까지
동성애 관계 수준의 진한 영화
새 장르로 정착 빅히트 줄이어


애파토는 이어 2007년에 아이처럼 순진한 백수건달과 떠오르는 여자 저널리스트와의 술 취한 하룻밤 잠자리로 일어나는 후유증을 다룬 ‘임신 했네’(Knocked Up)를 감독해 역시 빅히트를 했다. 이 영화 역시 남자 주인공의 친구들이 얘기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해에 나온 그렉 모톨라 감독의 ‘수퍼배드’(Superbad)도 고3 졸업반인 두 남자 친구가 주연인 일종의 ‘브로맨스’ 영화라고 하겠다.


올해 개봉된 존 햄버그 감독의 ‘아이 러브 유, 맨’(I Love You, Man)은 주인공으로 나온 폴 러드(그는 ‘40세 숫총각’과 ‘임신 했네’에도 나온 ‘브로맨스’ 영화의 단골손님이다)와 제이슨 시겔의 우정이 거의 동성애자의 그것처럼 묘사됐다. 여기서 결혼을 앞둔 러드는 자기 들러리를 서줄 만한 친구가 없어 이를 찾아 일련의 ‘맨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그 중 한 남자는 러드가 동성애자인 줄 알고 그에게 짙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 주말 개봉돼 주말 3일간 총 4,500여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흥행 1위를 한 ‘행오버’(The Hangover)로 ‘브로맨스’ 영화는 이제 확고히 하나의 새 장르로 정립됐다고 해도 되겠다. 결혼을 이틀 앞둔 덕을 데리고 베가스로 배출러 파티를 간 3명의 친구들이 술과 약물에 취한 광란의 파티 끝에 사라진 덕을 찾아 베가스를 헤집고 다니는 내용으로 이들의 우정은 애정에 못지않게 진하다.

남자 친구들 간의 코미디인 ‘버디 코미디’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브로맨틱’ 코미디가 이와 다른 점은 이성애자들인 남자 친구들의 결속 관계가 남녀 간의 애정만큼이나 강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남자 친구들 간의 우정을 동성애자의 그것처럼 묘사하되 악의 없이 그리고 있다는 것과 함께 남자들끼리도 서로 감정을 나눌 수가 있다는 점을 역겹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이제 관객들도 점차로 ‘브로맨스’ 영화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 할리웃 전문가들의 견해다. ‘행오버’의 감독 타드 필립스는 “‘아이 러브 유, 맨’에서 러드가 데이트를 한 남자로부터 진한 키스세례를 받는 장면은 15년 전만해도 관객들을 극장 밖으로 몰아낼 수 있는 것이었으나 요즘 관객들은 그것을 코미디로 이해할 만큼 성숙했다”고 말했다.

과연 관객들이 ‘브로맨스’ 영화에서의 남자들 간의 짙은 우정 묘사를 어디까지 봐 줄 것이냐를 시험할 만한 영화가 오는 7월에 개종되는 ‘험프데이’(Humpday)다. 이 영화는 오래간만에 만난 두 친구가 시애틀에서 술과 약물파티를 즐기면서 취한 김에 둘이 게이 포르노 영화를 만들어 아마추어 영화제에 출품하기로 약속한 뒤에 일어나는 얘기다. 둘은 우정의 약속을 지키고 또 자기들은 포용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정말로 발가벗고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우스꽝스런 해프닝들이 일어난다.

영화의 감독 린 쉘턴은 “영화의 내용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면서 “나는 남자들끼리 서로 사랑하는 우정의 관계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브로맨틱’ 코미디를 새 로맨틱 코미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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