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새로운 주택감정 방식의 양면성

2009-06-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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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해도 벌써 반이나 지나가고 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 올해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이상 기후일 것이다. 어느 해보다 기온의 변화가 심해 1~2주 간격에도 여름옷과 겨울 옷을 같이 준비해야 될 정도로 요즘 날씨는 변덕이 그 어느 해 보다 심하다. 마치 오늘날의 세계경제가 하루 앞을 예견하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것과도 같다.

부동산 시장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미래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언제쯤 우리가 타고 있는 불확실 호라는 배가 긴 불경기의 바다를 지나 다시 풍요로운 삶이 약속된 희망의 땅을 볼 수 있을까? 물론 최근의 데이터를 보면 분명히 바닥을 지나고 있는듯하지만 이러한 전체적인 경기의 회복 흐름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번에는 최근에 주택을 구입했거나 구입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주택 감정의 새로운 추세를 짚어 보기로 한다. 주택 감정은 우리가 집을 사고 파는데 있어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주택을 모두 현금으로 주고 산다면 모를까 은행에 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주택의 가격을 판단하는 감정 서류가 필요하다.


내가 사려고 했던 집의 감정 가격이 구입가격보다 낮게 나왔다면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 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 감정에 있어 예전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그 동안 바이어 측에서 융자를 할 때 감정사를 보내 주택의 가격을 상정하고 은행에 감정서류를 제출했다면 지금은 거의 모든 은행에서 직접 주택의 가치를 감정해서 융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일부 감정사들의 잘못된 감정으로 인해 은행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불어 넣었지만 이제는 은행에서 직접 감정을 해서 이러한 폐단을 막아 보겠다는 고육지책의 하나로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은행 차압 매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감정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은행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들로 인해 한 지역에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기존의 주택이 아무리 뛰어나고 충분히 많은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융자시 감정가격 때문에 셀러는 많은 경우에 팔 수 없고 바이어 역시 살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일반 매물의 거래가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은행들의 융통성 부족으로 너무나 감정가격이 타이트해서 요즘 같이 매물이 부족해 은행매물 가격 기준으로 가격이 조금씩 상승할 때 감정이 현재 마켓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바이어가 다운을 많이 하지 않는 한 주택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져 부동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컨퍼밍 융자(융자 금액이 41만 7,000달러미만)를 하려고 하는 사람의 경우와 다운을 10% 정도 하는 사람들 그리고 FHA 융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정 결과가 주택 구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유는 감정 가격이 차이가 날 때 그 차액을 대부분의 경우 셀러와 재협상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면 바이어가 차액만큼 현금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좋은 점은 그 동안 내가 혹시 주택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감정이 타이트해서 비싸게 구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릭 민


(818)357-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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