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2009-06-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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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에서 유독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숏세일이 확정된 매물은 은행매물인 REO 보다는 컨디션이 양호하므로 마켓에 나오는 대로 금세 팔려버린다.

숏세일이 진행되는 긴 시간동안 첫 번째로 오퍼를 넣은 바이어는 lender와 협상하는 기간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 막상 숏세일 승인이 떨어지면 전혀 새로운 바이어와 에스크로를 열게 된다.


그 집의 임자는 따로 있다는 말이 백번 맞는 것이다.

매일 자기가 담당하는 지역의 매물 정보는 모두 꿰차고 있는 에이전트들인데 아무리 바이어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도 서로의 취향이 다를 때는 열심히 추천한 만큼 머쓱해진다.

학군과 지역을 정해주는 고객은 당장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함께 집을 보러 다닌 에이전트에게 기다리는 미덕을 주지만 가격만 정해놓고 여러 지역에 걸쳐 두루 보러 다니는 경우 바로 그 고객에 맞는 집을 찾지 못하면 그 고객과의 인연이 오래가지 못한다.

컴퓨터를 통해 모든 에이전트가 매물을 함께 공유하며 팔 수 있는데 주변에 특별한 추천이나 소개가 없는 한 지면을 통한 에이전트에게서 정보를 얻기에 지속성이 적고 매번 에이전트가 바뀐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말 그대로 바이어와 연대가 맞는 에이전트와 오퍼를 쓰게 돼 그야말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때론 어떤 고객 중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러 에이전트들과 동시에 집을 보러 다니기도 해 막상 오퍼를 쓸 때는 사무실을 피해 주변 Coffee Shop을 찾기도 한다.

처음 집을 소개한 에이전트는 별로 잘 못 한 것 없이 어느 날 연락이 되지 않는 고객에게 새 매물이 올라올 때마다 메시지를 수없이 남긴다.


이미 여러 에이전트와 중복된 만남을 가진 고객은 마음에 들지 않는 에이전트의 반복되는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다.

그러다 여러 에이전트를 경쟁시키며 커미션의 일부 중에 큰 선물을 기념(?)으로 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낙점이 되기도 한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절대적으로 그 바이어와 셀러로 이뤄지기에 어떤 고객은 당당하게 생색을 내기도 한다.

정말 보람을 갖고 금액에 상관없이 고객에게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 드린다는 긍지가 때론 일일이 저울질하는 모습으로 인해 우리 어깨를 처지게 할 때도 있다.

프로페셔널한 소명감으로 일하기에 때론 바이어와 셀러의 의견 폭이 좁혀지지 않을 때는 최상의 협상을 위해 끝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에스크로에 정해진 기간 동안 리스팅 에이전트와 셀러, 셀링 에이전트와 바이어는 남다른 유대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 많은 매물 가운데 맘에 든 집을 골라 에스크로에 들어갔기에 Inspection을 거쳐 집 열쇠를 받을 때까지 그 에이전트는 내 집 고르는 열의와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에스크로가 끝나면 이젠 집주인이 된 바이어의 활짝 핀 모습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에이전트만의 보람이 느껴진다.

그 순간만은 딜하는 과정 중에 순탄치 못한 에피소드도 다 추억거리로 바뀌어 진다.

부동산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타이밍은 누구도 맞추지 못하지만 지금이 바이어에겐 좋은 마켓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별로 가격이 좋은 매물엔 여러 오퍼가 몰려 리스팅 가격 이상으로 팔리는 매물이 아직도 많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썼다가 채택이 안 되면 그 에이전트가 무능한 것처럼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바이어에게 최저의 가격과 조건을 위해 최선은 다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셀러가 하기에 적정한 가격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힘들더라도 처음 오퍼가격을 잘 쓰는 것만이 바이어와 에이전트에게 좋은 인연을 남길 수 있는 촉매가 된다.

내 집이 되려면 지나치게 가격에 치중하기보다 객관적인 비교로 인색하지 않는 인심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호감 가는 집이라면 다른 바이어에게도 똑같을테니까.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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