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실수를 통해 단골을 잡아라

2009-06-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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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었다. 가끔씩 오는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손님이 있는 자리로 갔다. 손님은 음식에 섞여 있는 작은 벌레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벌레는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야채에 섞여있었던 것을 우리가 씻을 때 못 본 것 같았다.

나는 우선 정중히 사과를 하고 다른 음식을 원하는지 아니면 환불을 원하는지 손님에게 물어 보았다. 손님은 조금 생각을 하다가 돈으로 되돌려 달라고 했다. 사실 그 손님은 음식을 거의 다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손님이 어째든 우리 음식에 만족을 못했기 때문에 환불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돈을 환불해 주고 손님이 가게를 떠날 때까지 거듭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매우 불쾌해하고 신경질적으로 나를 보던 그 손님도 나의 여러 번의 사과에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손님은 얼마 후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아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하다 보면 최선을 다하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실수는 피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앞에서의 경우와 같이 음식에 이물질이 섞인다든지, 아니면 손님의 주문을 실수로 잘 못 받는 것은 식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수이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 능력이 그 식당의 경쟁력이다. 많은 손님들은 실수가 생겼을 때 기분은 나빠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해준다. 그렇지만 그 실수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 가게의 사장이나 종업원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 화를 내고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된다.

아주 오래 전 LA 한인타운 식당에서 나는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 아닌 손님의 입장에서 참으로 불쾌했다. 그때 내가 주문한 음식을 종업원이 다른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당연히 나에게도 다른 음식이 왔고 나는 종업원에게 그것을 말했다. 그러자 그 종업원은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냥 먹으라고 내게 권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으로 난감했다. 실수는 종업원이 했는데 그 실수의 해결은 손님에게 미루는 것이었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그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불쾌한 기분으로 밥을 먹어서인지 식욕이 없었고 다시는 그 가게에 가기가 싫어졌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우선 정중히 사과하고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그 손님의 음식을 만들어 드렸을 것이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런 성실한 모습을 손님에게 보여줄 때 실수는 손님을 잃는 일이 아니라 도리어 손님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실수의 해결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끝까지 화를 내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실수를 잘 해결하면 그 손님은 도리어 우리 가게를 열심히 찾는 단골이 되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새 손님을 잡으려 하기보다 기존에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잘 관리해서 단골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실수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만일 실수가 생겼을 때는 더 적극적으로 그 실수를 해결하도록 노력해라. 그러면 손님들은 그 실수는 잊고 좋은 인상만을 기억할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실수를 잘 해결하면 도리어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가 있다.
2. 미리 생길 수 있는 실수에 대한 대처 방안을 준비하고 교육해라.
3. 실수를 해결함에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손님에게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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