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리지도 않는데… 집 스와핑 합시다”

2009-06-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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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로‘서로 집 바꾸어 살기’ 인기
가격 등 조건맞는 사람끼리 중개료 절약 등 장점
일부 주택교환 알선 웹사이트 덩달아 고속성장
교환절차 생각보다 복잡… ‘일시적 현상’ 지적도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다이앤 피크는 플로리다 중부 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집을 매물로 내 놓았다. 유방암 투병중인 피크는 딸과 함께 조지아주에 살고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주중에는 센트럴 플로리다에 거주하다가 주말이면 아내가 있는 조지아주 집을 찾았다. 그러나 애틀랜타 외곽에 위치한 피크의 집은 집값이 폭락한 데다 마땅한 바이어를 찾지 못해 6개월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랜도 교외에 사는 앤드루 보우도 자신의 집을 팔고 애틀랜타로 이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집이 쉽게 팔리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피크와 보우는 결국 정상적인 방식으로 집을 팔 생각을 접고 비슷한 시기에 주택 교환(house swapping)을 원하는 사람들을 매치시켜 주는 한 웹사이트에 가입했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가격대, 침실수, 지역 등의 정보를 입력했다. 7개월이 지나서 서로의 조건에 마음이 통한 그들은 마침내 주택을 바꿔 살기로 결정했다.

피크는 34만달러 짜리 자신의 조지아주 주택을 보우의 38만달러짜리 올랜도 집과 교환하기로 했는데 주택 스와핑 덕분에 피크는 4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하지 않았도 됐다.

보우와 피크는 거래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플로리다의 동일한 타이틀 회사를 사용했으며 상대방 주택에 대한 검사(inspection)를 실시한 다음, 주택 거래서에 사인했다. 단 어느 한쪽이 거래를 철회할 경우 1,000달러를 상대방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피크는 4월 마지막 주에 플로리다를 방문, 새로 살게 될 집을 둘러 봤다. 결국 5월 말 주택거래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피크는 “주택 스와핑은 요즘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 우리 부부에게 아주 멋진 선택이었다.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주택 교환은 자산가치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중개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AP통신과 CNBC를 비롯한 미 주류언론들은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 매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자 인터넷을 통해 서로가 살고 있는 주택을 교환하는 새로운 거래방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는 주택가격, 침실과 화장실 숫자, 지역 등의 요소를 고려해 주택을 사고 팔려는 주택 소유주를 연결해 주는 12개의 웹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주택 스와핑 전문 웹사이트 ‘온라인하우스트레이딩’ (onlinehousetrading.com)은 2007년 5월 개설된 이래 고속성장을 질주 중이다. 이 웹사이트는 5만여건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일 75개의 새로운 리스트가 추가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105개 국가의 리스트를 검색할 수 있다.

온라인하우스트레이딩을 운영하는 브라이언 스트로카는 “지난 몇년새 주택시장이 악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쉽게 팔 수 없게 된 점을 착안해 웹사이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하우스트레이딩 사이트에 주택 스와핑 의사를 밝히고 리스트를 올리는 것은 무료. 하지만 구체적인 서비스를 원할 경우에는 29.95달러의 원타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디트로이트의 부동산 에이전트인 미건 세이츠도 올 2월 유사한 웹사이트(mkhomeswap.com)를 오픈했다. 이 웹사이트에는 자신들의 집을 교환하거나 매각 혹은 렌트하려는 270여명이 회원들이 20~150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가입했다.

‘베스트하우스스왑’(besthouse swap.com)을 운영하는 마이클 포스터쉬코브는 “기존의 거래 방식과 달리 굳이 부동산 에이전트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중개료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마이애미 북쪽 비치에 위치한 JB 리얼티 그룹 대표 호세 브리비에스카는 “플로리다 주택시장이 한창 붐이었을 때 소유주들은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집값을 부를 수 있어 집을 스와핑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공급은 넘치는 반면 수요는 크게 줄었다”고 주택 교환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50만달러에 구입한 집을 갑작스럽게 근무지가 변경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하게 될 경우 최근 주택가격 폭락으로 밑지고 팔아야 하지만 집을 교환하게 되면 주택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필요한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스와핑 웹사이트를 통해 베이케이션 홈을 사거나 여름철 휴가기간 또는 2~3개월 정도의 단기간 동안 서로 집를 교환하기도 한다. 미라 포웰 부부는 노스 캐롤라이나 해변가에 있는 베이케이션 홈을 산간지역의 주택과 교환했다. 포웰 부부는 해변가 별장을 찾던 카렌 로젠파브 부부와 연결돼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에머랄드 아일랜드의 집을 넘겼다. 로젠파브 부부는 41만달러에 포웰 부부의 집을 구입했고, 포웰 부부는 로젠파브의 집을 40만5,000달러를 주고 샀다.

포웰은 “집을 교환하기 까지 세달이 걸렸으며 많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방 부부와 인간적인 관계까지 맺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포웰 부부와 로젠파브 부부는 절친한 친구가 됐다. 카렌 로젠파브는 “주택 교환은 집이 팔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필요한 시점에 쉽게 이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창의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적지 않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택 교환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먼저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일단 이주하고 나서 현지에서 살 집을 찾는 것이 더 간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컨수머 어페어즈는 주택 스와핑의 단점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먼저 내가 원하는 정확한 집을 찾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때로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집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있다. 또 웹사이트 상에서 만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주택 소유주 타이틀 보험을 구입하게 되면 수천달러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교환과정에 부동산 에이전트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이사 후 여러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필요한 도움을 받기 힘들다.

폴 하비비 UCLA 부동산학 교수는 “주택 스와핑 시장이 증가세에 있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환 조건이 까다롭고 집의 가치를 매기는 절차가 복잡해 주택 교환은 주택경기 침체기의 일시적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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