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냥기’ (Easy Virtue)

2009-05-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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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상류층의 도덕·계급의식 풍자

‘화냥기’ (Easy Virtue)

영국 청년 존과 결혼한 미국 여인 라리타는 시댁의 냉대를 받는다.

★★★½


영국의 극작가 노웰 카워드의 희곡이 원작. 영국 상류층의 도덕과 계급의식 등을 우습고 통렬하게 풍자한 풍속 희극으로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톡톡 쏘는 대사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와 코울 포터의 노래 등이 있는 재미있고 우습고 또 우아한 품위를 지닌 영국 영화.

샴페인 거품처럼 생기발랄한데 위트와 생명력과 총명함이 가득하다. 영국의 콧대 높은 상류계급의 위선과 편견과 오만 및 생활태도와 행동거지 등을 속속들이 해체한 드라마로 볼만한 수작이다.


1920년대 중반. 미국 여자로 독립심과 모험심이 강한 레이스 카 운전사인 라리타(제시카 빌)는 모나코 대회에서 1등을 한 뒤 즉흥적으로 연하의 예쁘게 생긴 영국 상류층의 청년 존(벤 반스)과 결혼한다.

존은 라리타를 거대한 저택에 사는 자기 가족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도착한다. 그러나 오만하고 편견적인 존의 어머니 위타커 부인(크리스틴 스캇 토마스)은 며느리를 방탕녀라고 부르면서 냉대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집요하게 라리타 추방운동을 전개한다. 존의 팔리지 않는 성장한 두 여동생 힐다와 매리온도 어머니 편.

유일하게 라리타에게 관대한 사람이 1차 대전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이 집안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는 위타커(코린 퍼스). 라리타는 사사건건 자기에 대해 불만과 멸시감을 표시하는 위타커 부인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마음에 들어보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나 헛수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존의 사랑과 위타커와의 대화. 마침내 견디다 못한 라리타가 선전포고를 하는데 과연 존의 라리타에 대한 사랑은 이런 모든 난관을 물리칠 만큼 강할 수 있는가.

위타커 가족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지고 힐다가 라리타의 뒤를 조사한 결과 뜻밖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라리타와 존의 사랑이 큰 시련을 맞게 된다. 그리고 약간 뜻밖이지만 통쾌하게 끝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라리타가 위타커 부인의 애견 치와와를 엉덩이로 깔아뭉개 황천으로 보내는 장면인데 고의적은 아니다.

연기들이 모두 좋은데 특히 빌과 스캇 토마스가 불꽃 튀기는 연기로 극적 대조를 이룬다. 퍼스의 조용한 연기도 좋다. 스티븐 엘리옷 감독. PG-13.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웨스트팍8(800-FANDANGO #144), 리도(949-673-8350).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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