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손님과의 언쟁은 피해라

2009-05-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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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저녁시간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와서 주문이 상당히 밀려 있었다. 그 때 전화로 주문을 하는 손님이 시간이 없으니 20분내로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나는 비록 주문은 많이 밀려 있었지만 먼저 만들어 주면 될 것 같아서 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주문을 받았다. 나는 주방에 그것을 먼저 만들어 달라고 특별히 이야기했고, 음식은 십 분도 안되어서 준비되었다. 나는 음식이 준비되고 포장을 하면서 그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다 되었으니 빨리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시간이 없어서 그 음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주문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혈압이 오르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 하지만 손님에게 화를 낼 수는 없기에 지금 와서 주문을 취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찾아가라고 그 손님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 손님은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그 음식을 팔면 되지 않냐고 도리어 나를 설득했다.

평소에 이럴 경우 나는 어차피 오지 않을 손님과 언쟁을 하기 보다는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좋게 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왜 그런지 그 손님이 너무 얄미웠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그 손님에게 적대감마저 들었다. 나는 전화로 그 손님과 언쟁을 했지만 결과는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손님과 나는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일을 마치고 흥분된 마음을 차분히 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그날 손해를 본 것은 단지 그 손님이 안 찾아간 음식뿐만이 아니라 어렵게 잡은 그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손님이 우리 가게를 안 좋게 이야기해서 앞으로 올 수도 있을 미래의 손님들도 내가 손해를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한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손님과 언쟁을 한 것 치고는 너무나 출혈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 중에 단골을 잡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들지만 그 단골을 떨어트리는 것은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생각해 보면 손님에게 실수하는 말 한마디, 그리고 불친절한 서비스 하나, 또한 더 나아가 손님을 이기려고 언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식당 사업을 십 년이 넘게 해오면서 많은 것은 익숙해지고 예전보다 잘하지만 손님과의 관계는 하면 할수록 힘들고 어렵다. 특히 내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손님을 접했을 때, 또는 무례한 손님을 만났을 때는 아직도 그 손님과 언쟁을 하고 이기고 싶은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기에 늘 손님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식당을 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손님을 다 만난다. 대부분은 좋고 매너 있는 손님들이지만 때로는 일하는 사람의 자존심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 그 손님과 언쟁을 해서 이기려 하지 말자.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손님의 안 좋은 행동에 상처를 받거나 열 받아 하지도 말자. 결국 우리가 식당에서 일을 하는 것은 많은 손님을 오게 해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손님과의 언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너 안 와도 나는 먹고 산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손님 한 사람도 소홀히 하지 마라.
2. 손님과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아라. 돈 잃고 손님 잃고 평판도 나빠진다.
3. 내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성공이다. 억울해도 손님과의 언쟁은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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