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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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 콘도의 굴욕

2009-05-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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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필자가 자라온 고향은 지방 소도시였다. 당시 70년대 말 동네 저켠에 새로운 콘크리트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3층에서 5층 정도의 콘도였는데 그것들을 맨션, 빌라, 혹은 아파트라고 불렀다. 소위 맨션에 살던 친구네를 방문하면 가장 부러웠던 것이 수세식 화장실이 거실에 위치해 있는 것이었다. 당시 마당 구석 한 켠에 냄새나던 필자 집의 그것과 비교하니 얼마나 깨끗하고 신기하던지 어릴 적 기억이 또렷하다. 미국에 건너와 생각하니 그것들은 대부분 작은 평수의 서민 콘도였는데 왜 이름을 산호 맨션, 대명빌라, 그랜드타운, 로즈가든 등 거창하게 지어놓았는지 웃음이 나온다.

맨하탄을 중심으로 한 뉴욕과 뉴저지 메트로지역은 대지 대비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일반 주택보다 콘도가 주를 이룬다. 특히 맨하탄의 경우는 고층 콘도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층수에 따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콘도 융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본다.일반적으로 콘도는 주식을 구입하는 형식의 코압과는 다르게 일반 주택처럼 개인 명의로 구입하고 매각 또한 원활하다. 그리고 일반 주택과 똑같이 Property Tax나 School Tax를 내게 되고 보험은 개인이 추가로 들 수도 있으나, 대부분 콘도 전체로 보험을 들고 각 유닛 소유주는 관리비를 매달 내게 된다. 이 관리비에는 보험료와 콘도 관리 사무소 인건비와 각종 공동 유틸리티 비용 등이 포함이 되어있다. 여기 까지는 큰 문제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 콘도 융자는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맨하탄 고급 콘도일 경우 신청을 받으면 시작부터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럼 지금 은행들에서 콘도에 대해 바뀐 가이드라인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본다.은행에서 콘도 융자를 까다롭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콘도가격이 주택 경기를 가장 심하게 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워낙 똑같은 형태의 주거 공간이니 한 동의 콘도에서 어느 한 두 유닛이 차압되거나 숏세일이 되어 처리가 되면 그 낮은 가격대가 전체 유닛에 곧 바로 영향을 미치
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50만달러에 100세대가 동일하게 구입이 되었는데 지금처럼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세 가구가 모기지 페이먼트가 어려워 차압되거나 30만달러대의 싼 값에 처분되었다고 하면 그 기록은 고스란히 이웃 유닛의 감정가를 30만달러대로 낮춰 버린다.
그 만큼 은행에서는 이런 위험 부담을 앉고 융자를 해줘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에서 콘도융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콘도의 감정가이다.

얼마 전 클로징을 한 맨하탄의 신축콘도가 하나 있었는데 감정만 무려 세 번을 하게 되었다. 콘도 감정은 그 유닛의 현재 가격을 산정하게 되는데 콘도에 관심을 가지고 샤핑을 해본 고객은 알겠지만 특히 신축 콘도는 층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인건 물론이고 같은 층수에 똑같이 생긴 유닛이라도 View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10만달러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옷장 사이즈와 위치에 따라서도 몇 만 달러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그렇다면 과연 일반 감정사들이 고객이 구입한 계약서에 나와 있는 유닛의 차이를 얼마만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가격이 감정가에 반영하느냐는 것이다.

예전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론오피서들이나 융자 브로커들은 알고 지내는 감정회사가 한두 곳 있었다. 그래서 감정을 그곳으로 지정해서 의뢰를 했고 감정사는 의뢰를 준 론 오피스들이나 브로커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연결 고리는 원천 봉쇄 되었다. 대부분의 융자 은행들은 감정회사를 관리 하는 관리 회사가 따로 있어서 융자 신청해서 감정을 오더 하면 이것이 직접 감정 회사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의 감정 관리 회사로 오더가 나가고 이곳에서 수많은 감정 회사에 거의 랜덤 형식으로 감정사가 정해지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처음 듣는 감정 회사의 리포트를 심심찮게 발견한다. 이렇다 보니 융자 브로커나 은
행의 론 오피서들이 감정사로 직접 연락해서 감정가를 높일 수 있는 압력의 소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도 발생이 되고 있다.
그것은 무작위로 감정 회사가 지정되다 보니 원베드룸에 백 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콘도 융자에 신출내기 감정사가 감정을 하게 되면 이상한 리포트가 나온다.

특히 신축 콘도의 클로징이 막 시작 할 경우 제대로 비교 대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같은 원베드룸 콘도지만 바로 옆 기존 콘도와 거의 30~50만달러씩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감정사 마다 제각기 다른 감정가를 내놓을수 있는데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유닛을 30만달러 이상 차이나는 감정 리포트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만약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다운 페이먼트가 충분한 융자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20%내외 다운일 경우는 융자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콘도 융자에 있어서 또 하나 어려움은 콘도 융자 질의서(Condo Questionnaire)이다. 여기에는 20~30개의 질문들이 있다. 전체 유닛이 몇 개이며 현재 몇 개가 팔렸고 오너 소유가 몇
개이고 렌트 비율은 얼마고 커머셜은 몇 퍼센트이고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유닛의 비율과 차압을 할 경우 관리비를 몇 달치를 지불해야 되는지 등등 이 하나하나 질문당 문제가 생기면 융자가 힘들어 질수도 있다.

또한 콘도북에 나와 있는 모든 약관들까지 꼼꼼히 조사를 한다. 이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심사를 해서 클로징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맨하탄의 콘도 경우 FHA융자로 허가가 난 콘도는 불과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콘도의 영향은 융자 심사에만 끝나지 않고 이런 위험성이 이자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감정대비 융자율이 75%이상일 경우 0.75 포인트가 추가되고 75%이하일 경우는 0.25 포인트를 프레디맥과 페니매에서 부과시키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맨하탄의 콘도 하나 정도를 소유하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한파로 이어진 주택 경기 침체는 콘도의 위용을 모두 앗아갔다. 조속히 잃어버린 그 자존심을 회복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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