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 2세 신앙교육의 열쇠

2009-04-29 (수)
크게 작게
지난 수십년간 미주한인교회가 큰 관심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바로 2세 신앙교육입니다. 그동안 한인교회의 주일학교를 거쳐간 한인 2세들의 숫자와 현재 한인교회 영어예배와 미국교회에 나가는 한인 2세들의 숫자를 비교해 보면 누구라도 지금까지의 2세 신앙교육은 ‘실패’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소수 몇 교회의 잘되고 있는 영어목회를 들어서 2세 신앙교육이 괜찮다고 말하는 사역자가 있다면, 토요일 밤 10시 이후 코리아타운을 한 바퀴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교회 다니는 젊은이들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우리 자녀들이 ‘놀이문화’에 빠져서 흥청망청대고 있는지를 목격하면, 결코 한인교회의 2세 신앙교육이 좋은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20여년간 어린이들의 ‘사교육’에 종사해 오면서 한 가지 제가 배운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려면 가정에서의 정서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유아시절의 정서환경은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의 신앙교육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정서환경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한인교회의 2세 교육을 보면 교육관 시설, 주일예배, 주일학교 프로그램, 연중행사, 한국학교 등에 치중해 왔습니다. 물론 다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편안하고 긍정적인 정서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큰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한인교회들이 교육관을 짓기는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편안하게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예배는 대부분 너무 길고 설교는 어렵습니다. 주일학교는 복잡하게 조직되고 바쁘게 운영됩니다. 어린이 한명, 한명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보다는 많은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행사들이 주를 이룹니다. 한국학교는 정말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부모들의 만족을 위한 것일까요?

‘선교와 교육’을 외치며 정신없이 달려온 미주한인교회, 이제는 차분히 지난 수십년을 돌아보며 현주소와 미래의 방향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최소한 2세 신앙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성급하고 무리한 ‘한국식’ 교육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2세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들을 ‘올바른 신앙’으로 되찾아 오기 위해 모든 1세들의 간절한 기도와 2세 신앙교육 전문연구기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관계성에 초점을 둔 ‘정서적 신앙교육’을 펼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 중심’보다는 ‘가정 중심’의 신앙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프로그램을 자꾸 만들어 아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보다,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신앙을 배워 나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세 신앙교육의 열쇠는 교회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교육목사, 전도사들에게 신앙교육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들의 신앙의 모사(counselor)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가정에서 신앙을 배운 아이는 결코 하나님을 버리거나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설학원들이 너무 ‘설치는’ 바람에 공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혹시 교회들이 너무 설쳐서 가정의 신앙교육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교회에서 열심히 예배를 드리는 우리 자녀들이 10년 후에도 교회에 남아 있을까요? 각 가정의 정서 신앙교육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이용욱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