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 돌리니 이웃 커뮤니티 ‘맛집’ 많네~

2009-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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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발견하는 순간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을 그 순간과 동격이다.

더 이상 간절한 연애도, 친구도, 이루고자 하는 꿈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그 무엇도 사라진 ‘어른’들에게 오롯이 남는 건 뾰족한 미각뿐이던가. 그 어른들보다 더 어르신들 말처럼 나이 들면 맛있는게 없어진다는 건 아마도 미각이 퇴화해서라기보다는 살아온 세월만큼 먹어본 음식보다 더 맛난 그 무언가를 혀가 원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사는 게 웬만큼 안정되고, 자식들 다 키운 이들 모임에 가보면 돈버는 이야기 다음 어김없이 오르는 토픽은 어느 식당이 맛있더라, 어느 나라 어느 식당이 죽여 준다와 같은 식당 순례기로 불꽃이 튄다.

그런 의미에서 LA에 사는 우리는 축복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이 모여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 역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그런 맛집들을 놔두고 가보지 않고, 먹어보지 않는다면 LA에 살든 서울에 살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와 인접한 다양한 아시안 커뮤니티엔 세계적으로, 혹은 그 커뮤니티에선 줄 서가며 먹는 싸고도 맛있는 맛집들이 널려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커뮤니티의 싸고도 맛있는 맛집을 살짝 귀띔한다.

이번 주말 가족과 혹은 연인과 꼭 한번 들러보길. 특별한 한끼 식사가 보다 더 활기찬 주말 오후를 만끽하게 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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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인 목지영(왼쪽부터), 유성찬, 현지윤씨가 퇴근 후 LA 리틀도쿄에 위치한 혼다야에 들러 저녁식사를 겸한 해피아워를 즐기고 있다. 이날 이들은 꼬치구이와 한국식 김치와 돼지고기가 든 라면, 사시미 콤보 등을 주문했다.


이웃 커뮤니티의 유명한 맛집


소룡포·단팥 만두‘죽기 전 맛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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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타이펑(鼎泰豊)


이미 10년도 훨씬 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딘타이펑은 서울에만도 3곳의 지점이 있을 만큼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식당이다. 딘타이펑은 한자로 정태풍(鼎泰豊)으로 쓰며 이는 ‘크고 풍요로운 솥’이라는 뜻이다.

창업주인 양병이 회장이 노점상에서 소룡포(5g의 얇은 만두피에 16g의 만두 속과 18개 주름의 황금 비율로 풍부한 육즙과 함께 먹는 만두)를 팔기 시작하다 1970년대 이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지금의 ‘딘타이펑‘을 오픈하면서 출발한 이 식당은 그 뒤 유명세를 타고 현재 미국 내 유일한 지점인 LA 인근 아케디아점을 비롯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까지 프랜차이즈망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 식당 역시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철저한 맛 하나로 승부하는데 얇은 만두피 속에 돼지고기, 새우, 게살, 단팥 등 다양한 속을 넣어 풍부한 육즙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워낙 미식가들과 언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식당에 가보면 아시안들보다는 백인 고객들이 더 많을 만큼 주류사회에서도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소룡포 외에도 치킨 국수와 진한 단팥이 든 단팥 미니 만두와 단팥 빵 역시 인기 메뉴 중 하나. 그러나 저녁 식사시간에 가면 단팥이 떨어져 먹어보기 힘들만큼 귀한 메뉴다.

소룡포는 10개에 7.25~10달러 선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맛있다고 한 두 접시 시켜 먹다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 한번쯤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강추’하고 싶은 곳. www.dintaifungusa.com

▶주소: 1108 South Baldwin Ave. Arcadia
▶문의: (626)574-7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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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에 반주 한 잔 정통 일식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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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야 (Hondaya)

LA 리틀도쿄는 한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웃이다. 워낙 일식을 좋아하는 한인들이 많은 지라 이곳 맛집을 꿰고 있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날 정도다. 이중 혼다야는 이젠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개념이 돼버린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다. 그러나 간판만 이자카야지 저녁시간대에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많을 만큼 오히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변해 가는 추세다. 리틀도쿄가 갈수록 죽어가고 한인들이 운영하는 일식당이 늘고 있지만 이곳은 주인은 물론 고객들도 대부분 일본인들일 만큼, 정통 일본식 이자카야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지난해 여름 오픈한 이곳은 평일에도 저녁식사에 반주 한 잔 곁들이려는 젊은 가족단위 고객들로 북적일 만큼 인기인데 역시 인기 요인은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다. 이자카야 특성상 메뉴가 족히 200여 가지는 됨직한데 뭘 시켜도 맛있다. 한인들 입맛엔 돼지고기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돈까스를 비롯, 치친 프라이드, 교자, 꼬치구이 등이 베스트 셀러.
단 메뉴에 보면 ‘머스트 해스 아이템’ 이라고 별표가 있는 것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메뉴들이 퓨전 쪽에 가까워 한인들 입맛에는 별로 일 수 있을 테니 조심하길.

그리고 식당에 가보면 또 한가지 놀라게 되는 점은 바로 서빙 속도. 음식 시키기가 무섭게 음식이 식탁에 당도한다. 아무리 식당 안이 미어터져도 메뉴가 제공되는데 5분 이상이 걸리지 않는다. 성격 급한 한인들에게는 이 역시 이 식당의 매력으로 꼽아도 좋겠다. 음식 가격 역시 저렴한 편. 꼬치구이는 3~7달러선, 돈까스는 5달러,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음식 중 하나인 사시미 콤보는 20달러 정도로 가격 걱정은 붙들어매도 좋을 듯. 리틀 도쿄 외에도 원래 본점인 터스틴과 파운틴 밸리에도 지점이 있다. 리틀 도쿄점 오픈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 오전 1시까지. 월요일은 휴무.

▶주소: 333 S Alameda. LA / 556 El Camino Real Tustin
18450 Brookhurst St. Fountain Valley
▶문의: (213) 625-1184, (714)832-0081, (714)964-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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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식 바게트 소문대로 깔끔 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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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샌드위치(Lee’s Sandwiches)

이름만으론 별로라는 생각이 단박에 든다. 하고 많은 상호명을 놔두고 ‘이씨네 샌드위치’가 뭐냔 말이다. 게다가 가게에 들어 가 봐도 이걸 돈 내고 사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인테리어라는 개념도 상실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엔 줄 서서 사먹어야 한다는 소문을 믿고 한번 먹어 보면 그 깔끔한 맛과 담백한 맛에 단박에 반하게 된다.

리스 샌드위치는 바게트에 각종 고기나 햄, 치즈, 야채 등을 넣은 샌드위치인데 이 가게의 맛의 비밀은 바로 이 바게트에 있다. 한때 프랑스령이었던 베트남이 바게트를 썩 잘 만든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1981년 샌호제로 이민 온 베트남 이민자 출신인 리(Le, 편의상 e를 한개 더 붙여 lee라고 했단다) 형제가 1982년 케이터링 트럭을 시작, 단기간에 트럭 500개를 이끌 만큼 성공적인 ‘음식 장사치’가 됐다.

그러다 이들의 2세들이 자라 2001년 베트남 전통 샌드위치 중 하나인 반미(banh mi)와 미국식 샌드위치를 접목, 바게트와 크로상에 햄과 치즈 등을 넣는 샌드위치를 탄생시켰다. 런칭 5년 만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애리조나 등지에 3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리스 샌드위치의 최대 장점은 역시 미국식 바게트보다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텍스처의 바게트. 식당에 가보면 매 시간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바게트에 원하는 육류나 햄을 넣어 먹을 수 있는 게 최대 매력. 가격 역시 매우 저렴해 10인치 바게트 샌드위치를 2.50~5달러 선에서 먹을 수 있다. 또 신선한 바게트 역시 1달러여서 매장엘 가보면 10개씩 사 나르는 고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만큼 인기다.

오렌지카운티에 가든그로브, 어바인, 풀러튼, 애나하임 등에 지점이 있고 LA 인근엔 알함브라와 로즈미드 등에 지점이 있다. www.leesandwich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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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현·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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