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주자’ (The Soloist)

2009-04-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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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운타운 배경 실화바탕 영화

‘독주자’ (The Soloist)

스티브가 LA 다운타운 길에서 나사니엘의 첼로 연주를 듣고 있다.

★★★(5개 만점)


줄리아드 출신 홈리스와
신문사 칼럼니스트의 우정


LA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스티브 로페스와 다운타운의 홈리스로 줄리아드 출신의 바이얼리니스트와의 관계와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로페스의 실제경험을 쓴 칼럼과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매우 감정적이요 영적이어야 할 영화가 감정과 영혼이 모두 결여된 영화가 됐다.


간헐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은 있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정이 풍만하고 또 정신질환과 홈리스 등 사회문제를 엄중하게 따진 소설에 비하면 타작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두 연기파인 제이미 팍스(인터뷰 엔터테인먼트 면)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제 역들을 제대로 소화 못해 극적 감동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예술영화도 아니요 그렇다고 오락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실화라는 점과 LA필의 상임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리허설 하는 장면 및 디즈니 콘서트 홀 등과 함께 클래시컬 음악이 많이 나와 음악 팬들과 호기심 있는 관객들에게는 권할 수도 있다.

스티브(다우니 주니어)는 어느 날 다운타운의 퍼싱스퀘어(베토벤 동상이 있다)에서 쉬다가 아름다운 바이얼린 소리에 이끌린다. 소리의 주인공은 희한한 옷차림을 하고 끊임없이 횡설수설하면서 카트에 살림을 싣고 다니는 흑인 홈리스 나사니엘 아이어스(팍스)로 그는 두 줄짜리 고물 악기를 연주한다.

스티브는 정신질환자인 나사니엘이 “요요마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자기가 줄리아드에 다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기사거리가 생겼다고 판단, 사실 확인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사니엘이 줄리아드에서 요요마처럼 첼로를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로 정신장애를 일으켜 중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플래시백으로 클리블랜드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첼로에 뛰어난 재질을 보이는 나사니엘의 어린 시절이 묘사된다).

기사가 나가면서 독자로부터 나사니엘에게 첼로가 전달되고 스티브는 속보를 쓰면서 본의 아니게 나사니엘의 보호자 겸 친구가 되고 둘 간에는 짙은 정이 연결된다. 스티브는 나사니엘을 위험한 거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를 다운타운의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아파트에 이주시키려 하나 처음에는 자유를 잃지 않으려는 나사니엘의 강한 저항에 부닥친다.

나사니엘이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 결정적 동기는 나사니엘의 얘기에 감동한 LA필의 수석 첼리스트가 나사니엘을 방문, 방이 있어야만 첼로를 지도해 줄 수 있다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나사니엘은 이어 디즈니 홀에 초청을 받아 살로넨이 LA필과 리허설 하는 모습을 관람하면서 아이처럼 경이감에 빠지고 또 홀 뒤편 야외 소극장에서 연주 기회까지 주어지나 이것은 대파국으로 끝난다. 스티브와 나사니엘의 관계는 나사니엘 때문에 여러 차례 시련을 겪지만 둘은 늘 화해한다.

팍스와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역을 뚫고 들어가지 못해 영혼이 없는 피상적인 연기를 하는 것. 특히 다우니 주니어는 미스 캐스팅인데 스티브의 내면을 전연 포착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보상’(Atonement)을 감독한 영국 감독 조 라이트의 연출 스타일도 전반적으로 경직됐다. PG-13. Paramount.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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