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MF 부자?

2009-04-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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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이재에 바르고 시기를 잘 탔던 교민들이 많이 늘어났다. 금융 위기로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의 힘겨운 손실도 있지만 90년 대 초와 같은 곤궁과는 전혀 내용이 다르다.

자고 나면 가격이 올라 집 한 채 팔면 빚 다 갚고 넉넉한 여윳돈까지 챙길 수 있어 말 그대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드라마 유행어가 이곳에도 두루 번졌다.


그렇게 목돈 챙긴 교포들이 많다는 소문에서인지 최근 붐처럼 번지는 본국의 아파트 미주 분양소식이 흥미롭다.

일산, 반포, 분당 등 우리에게 지명이 친숙하다는 좋은 조건의 아파트들이 교포들을 위해 다양한 분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금 높은 환율을 이용한 차익과 그간 미국 부동산 값도 많이 올라 50만불대의 아파트 분양가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이다.

최근 몇 달 새 시이소오처럼 오르내리는 환율로 인해 환차익 혜택을 톡톡히 본 사람들이 많다.

말 그대로 높은 가격대에 송금해서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달러로 교환하거나 원화로 바꾼 뒤 본국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다는 알찬 시나리오이다.

각 은행마다 저축성 CD 잉여자금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본국에서 조사한 통계로는 지난해부터 30만불 이상 본인이나 친지 계좌로 송금한 교민들이 천오백 명이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만만치 않은 금액의 현찰이, 투자를 향한 유동자금이 대거 본국에 투입돼 부동산 회복이 오래 걸리는 미국보다 빠른 회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건설사들은 지금의 환율을 1,350원 기준으로 잡아 분양하지만 환율이 1,100원이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막대한 이익이 예상된다는 차트까지 보여준다.

지난 해 12월 미국의 기업과 금융위기가 겹쳤다는 뉴스로 인해 단숨에 1,500원을 후딱 넘길 때는 1,800원 이상까지도 올라갈 것이라는 주먹구구식의 예측이 분분했다. 그러다 금년 연초에는 다시 내리막이었다가 3월 초엔 1,570원까지 치솟는 등 단 몇 달 새 요동치는 환율을 보며 미국 경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우리나라에서 보장받을 만한 투자 상품이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민 올 때 집 한 채라도 남겨놓은 사람들은 후에 그 부동산으로 인해 노후대책이나 여윳돈을 만지게 된 경우도 있고 일찌감치 오르기 전에 정리했을 때는 미국에 정착하느라 생활비로 푼돈처럼 써버린 케이스도 많다.

본국에선 그간 아파트 투자가 효자 종목이었음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미 오를 때로 올라버린 매물과 미분양이 겹쳐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이 적지 않은 때 목돈을 들여 투자할 경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가주에 은행매물이 계속 터지면서 30% 이상 가격이 내려 지금이야말로 이상적인 투자가 된다는 로컬 뉴스가 귀에 박히도록 들린다.

우리 기대처럼 환율이 안정권에 들어서고 몇 년 기다렸다가 좋은 바이어를 만나 충분한 이익을 남기는 멋진그림을 그려 보기도 한다.

90년대 그 힘겨웠던 IMF 때 도미노처럼 무너졌던 부동산을 사들여 지금 재력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얼마동안 묻어두어도 좋을 만큼의 자본을 한 곳에 몰아넣기 보다는 분산시키는 안정성을 취해보는 것이 좋다.

수시로 변하는 금융뉴스에 일일이 민감하게 분석하지 못할 바엔 투자는 언제나 최소한의 금액으로 시작해 보라는 명언이 떠올려진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최소한의 경험을 쌓아 이익과 손실을 함께 감수해 보면 나름대로 넓은 혜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보장이 안 되는 요즘 어디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소리들을 들어본지 오래된 건 부동산 회복이 그만큼 쉽지 않은 탓이리라.

지금이 기회인데 신중한 선택은 우리 몫이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미리 알 수 있는 기지와 배짱이좀 두둑히 생겼으면 좋겠다.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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