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레딧 800점에 50% 다운해도 융자보장 못한다고?

2009-04-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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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기준 더 강화돼 웬만해선 못 받아
패니매 이달 수수료 추가… 융자액의 3% 이상
낮은 이자율과 싼 주택가격 ‘그림의 떡’
일부 지역 콘도인 경우 융자 못할 지경


모기지 이자율이 아주 좋고 집값이 심히 떨어져 재융자나 바이어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막상 매입이나 재융자 시장에 나가보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 그림의 떡이다. 집을 매입하려면 전액 현찰로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니 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융자가 웬만해선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 침체 사태 이후 융자가 어려워진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은행이 가져오는 모기지 채권을 매입해 주는 모기지 공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최근 융자 기준과 수수료를 더 올렸고 주택 감정 규정도 새로 변경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기지 융자에 따른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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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융자를 해주다가 혼이 난 탓에 융자 기준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들어버렸다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모기지 공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4월1일 이후 매입하는 론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없던 가외의 수수료를 붙이고 있다. 매입 부동산의 타입이나 매입이나 재융자냐, 또 크레딧 점수나 다운페이 사이즈에 따라 이 수수료는 달라지는데 각종 수수료를 다 합치면 그 부담은 융자액의 3~5%에 이르게 된다. 일년치 모기지 페이먼트가 융자를 받기도 전에 수수료로 날아간다. 엄청난 부담이다. 전에는 없던 것이다. 30년 고정 이자율이 최저수준으로 낮다고 좋아만 할 일이 결코 아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이런 융자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모기지 채권을 매입해 주지 않으니 융자를 실행하는 은행들은 융자 기준을 이보다 더 높게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대 모기지 오리지네이터 중 하나인 웰스파고 은행은 4월6일 현재 점보 론이 아닌 일반 론(conventional loan)인 경우 다운이 20% 이내면 크레딧 점수 720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크레딧이 620점이면 됐으나 크레딧 기준을 쑥 올려버렸다. 소득 대비 최대 부채 비율도 과거 45%에서 41%로 바꿔 융자 받기가 한층 어렵게 됐다.

지금 패니매가 부과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이다. 콘도미니엄 론에 대해서는 차용인의 크레딧 점수가 아무리 높든 상관없이 0.75%포인트를 의무적으로 붙인다. 주택 붐 시절 콘도를 20% 다운하고 이자만 내는 융자를 받아 매입하는 것이 인기였는데 크레딧 점수 690점으로 그런 식으로 지금 융자를 신청한다면 소비자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 것이다.

우선 각종 수수료가 무섭게 붙는다. 나쁜 시장에 있다는 이유로 0.25%포인트의 ‘adverse market’ 수수료를 붙이고, 크레딧 점수가 미달한다고 1.5%포인트 추가, 이자만 내는(interest only) 론이라고 0.75%포인트 추가, 매입 물건이 주택이 아닌 콘도라는 이유로 또 한번의 0.75% 포인트를 물린다. 콘도 사는데 무려 3.25%의 가외 비용이 붙게 된다. 일년치 모기지 페이먼트에 맞먹는 돈을 받아가는데, 그것도 선불 또는 모기지 론에 합쳐서 내야 한다.

수수료만 오른게 아니다. 감정 관련 비용도 올라갔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는 감정인에게 지역 판매 및 가격 추세를 알 수 있도록 시장 상황 보고서(market condition report)를 제출할 것을 새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대해 감정사는 45달러 내지 50달러를 추가 부과한다.
또 패니 와 프레디가 5월1일부터는 주택감정 규정(Home Valuation Code of Conduct)이라는 새 규정을 따르지 않는 감정에 의거한 론에 대해서는 펀딩을 거부하기로 해 감정사를 브로커가 자의로 정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주택 침체 사태가 과대 감정으로 인한 탓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감정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이에 따라 감정사를 브로커가 직접 지정할 수 없게 됐다. 감정 관리 회사란 제3자가 지정한 감정사를 고용해야 한다. 이 조치 역시 소비자 부담을 올릴 뿐이다. 예를 들어 코네티컷주의 경우 과거 브로커가 지정할 경우 감정료가 평균 325달러면 됐으나 이제 부터는 감정 관리회사란 또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서 일률적으로 455달러를 내게 된다.


소비자들은 감정료를 선불해야 될 뿐 아니라, 감정가치가 재융자나 주택 매입에 부적합하게 나올 경우 455달러를 내고 재감정을 받거나 아니면 융자 신청을 취소하는 수밖에 없다.

코네티컷주 하트포드 지역에서 영업하는 패밀리 초이스 모기지사의 대표 제프 라이프스는 “은행의 새로 바뀐 융자심사 규정이나 새로운 크레딧 점수 기준, 급등한 각종 수수료 부담을 감안하면 충분히 융자자격이 있는 소비자들마저 융자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콘도에 대한 융자 규제 때문에 “콘도란 단어만 튀어나와도 간이 떨어진다”고.

왜냐하면 콘도에 대한 융자라면 진저리를 치기 때문에 융자은행들은 갖가지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는 크레딧 점수 800에 다운을 50%하는 극히 우량한 차용인인 경우에도 모기지 융자를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변경된 일련의 패니매 관련 규정 때문에 순수 거주자가 아닌 상업용 입주자나 투자자 매입 분이 많은 콘도인 경우 재융자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투기 광풍이 할퀴고 지나간 대표적인 폭락 지역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지역의 뱅크 모기지사의 대표 잔 칼라브리아는 겹겹이 붙는 여러 가지 수수료와 의무화된 높은 다운페이, 크레딧 점수 때문에 “모기지 융자 시장이 악몽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고객은 고소득자에 크레딧도 좋았는데 다운을 25%(20만달러)하고 80만달러짜리 한 콘도를 세컨드 홈으로 사려고 했으나 이 콘도 미니멈 다운이 30%여서 매입에 실패했다며 도대체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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