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키스 할까요?’ (Shall We Kiss?)

2009-04-10 (금)
크게 작게

▶ 두 남녀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우리 키스 할까요?’ (Shall We Kiss?)

쥐디트(왼쪽)와 니콜라가 침대에 들어가기 전 초보동작을 취하고 있다.

★★★½(5개 만점)


키스 한번 했다가
삶이 바뀌어 버려


아무리 순수한 키스라 할지라도 효과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남녀 간의 키스가 있을까? 키스 한 번 했다가 삶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두 선남선녀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이자 풍속 코미디로 매력적이요 상냥하고 달콤하다.


큐피드의 짓궂은 장난을 빼딱하게 관찰한 약간의 철학적 냄새마저 풍기는 프랑스 영화인데 각본을 쓰고 주연을 한 에마뉘엘 무레의 대사나 연기가 우디 알렌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는 낭트에서 시작되고 또 끝난다. 이 도시에 사는 가브리엘(미샤엘 코앙)이 파리에서 업무 차 온 아름다운 에밀(쥘리 가이에)이 길을 묻자 자기 차에 태우고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모두 각기 임자가 있으면서도 둘은 로맨틱한 저녁을 즐긴다.

가브리엘이 에밀을 호텔 방에까지 데려다준 뒤 헤어지기 전 작별의 키스를 하려 하자 에밀은 이를 거절한다. 왜 그러느냐고 묻는 가브리엘에게 에밀은 영향을 남기지 않는 키스는 없다며 한 얘기를 들려준다. 결코 자기 얘기가 아니라는 토를 달면서. 이제부터 얘기는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가끔 카메라가 가브리엘과 에밀에게로 돌아온다.

교사가 직업인 약간 얼뜬 모습과 행동을 하는 니콜라(무레)와 아름답고 청순한 쥐디트(비르지니 르돠이앙)는 오랜 절친한 친구 사이. 니콜라는 노총각이고 실험실 직원인 쥐디트는 돈 많은 약사 클로디오(스티파노 아코르시)의 아내다. 그러나 둘은 서로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고백하는 사이.

니콜라가 쥐디트에게 자기는 육체적 정열이 모자라 여자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고백을 하자 쥐디트는 니콜라에게 치료책으로 창녀를 상대로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제의한다.

이에 니콜라는 자기는 이미 그 방법을 택해 봤으나 창녀가 키스를 허락하지 않아 섹스를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어 니콜라는 쥐디트에게 네가 내 문제를 좀 풀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한다. 그래서 쥐디트는 오랜 친구를 돕는다고 이에 응한다. 여기서 둘은 침대에 드는데 어디까지나 친구에 대한 선행이니만큼 그 과정이 아주 단정하다.


둘은 옷을 하나씩 벗은 뒤 그것들을 곱게 개어 놓고 이어 얌전하게 시트 속으로 들어가 아주 얌전하게 섹스를 한다. 물론 키스와 함께.

그런데 이같은 친구끼리의 병 치료식 섹스가 그만 복잡한 결과를 낳게 된다. 에로스의 하는 일이란 전연 예기치 못하는 것. 쥐디트와 니콜라의 키스와 섹스의 결과가 참 재미있다. 그리고 관객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끝에 가서 가브리엘과 에밀이 작별의 키스를 나눌 것인가 하는 점.

연출과 촬영 등 모든 것이 매우 소박한 영화로 소심한 연기를 하는 무레와 아주 평범한 차림을 하고 약간 새침을 떠는 것 같은 연기를 하는 르돠이앙의 콤비가 절묘하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과 슈베르트의 실내악을 사용한 음악도 좋다.

성인용. 랜드마크(310-821-8233), 모니카(310-394-9741), 타운센터5 (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 (626-844-6500), 랜초니겔8(949-831-0446), 웨스트팍8(800-FANDANGO#14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