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무변제용, 당선축하금?

2009-04-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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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 회장에 받은 돈 성격·사용처 의혹

채무변제용, 당선축하금?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썼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이 발표된 지 만 하루가 지난 8일(한국시간)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는 공사 가림막이 쳐진 채 침묵에 잠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채무변제용? 당선축하금?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건네진 거액의 돈은 어떤 성격일까.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시인하고 검찰의 이에 대한 본격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돈의 액수와 성격, 사용처 등에 대한 각종 설이 난무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고백’으로 검찰이 권 여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 돈의 원천이 노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어서, 저의 집(권양숙 여사)에서 부탁해서 받아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어떤 채무인지 내용이 불명확하고, 또 채무변제 목적이라면 차라리 박 회장에게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돈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쓰고 남은 자금이거나, 당선 축하금의 일부일 수 있다는 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기업 등에서 당선축하금으로 받은 돈을 박 회장에게 맡겨두고 이를 사용해 왔다는 의혹이다.

여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을 세탁하기 위해 박연차 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도록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2007년 말 박 회장을 만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회장의 홍콩 법인인 APC 자금의 원천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APC 계좌의 돈은 출처가 명확하다”며 “정치권의 상상력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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